2002년 일반 게시판

결혼 26년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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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순옥 [mqwert] 쪽지 캡슐

2002-01-14 ㅣ No.45

겨울날씨답잖게 촉촉한 아침..

보나님이 올려준 부부란 글을 읽으며

나 또한

지난 해 은혼식을 치룬 어떤 부부에 대한 상념에 젖어봅니다

.........

.............

어느 신부님의 혼인미사강론에 단골메뉴로 등장하는 애기가 있지요

전쟁에 나가려면 한번 기도하고

배타고 바다로 나가려면 두번 기도하고

결혼하려면 세번 기도하라...

1번과 2번의  순서가 뒤바꿨는지도 모르겠는데

결혼을 하려면 세번 기도하라...는 확실합니다.

그 말을 첨 들었을 땐 괜한 얘기라고..

좋아하는 사람과 매일 같이 있고싶어 결혼하는데

왜 그렇게 기도가 필요하냐고....

그런데

이제 결혼 26년차에 접어들고보니

차츰 그 얘기에 공감이 가는 것 같습니다..

  얼마전 게시판에 올린 닭살커플들처럼

서로 알고 좋아하고 결혼하는데까지는 그야말로 깨소금맛이죠...

허니,하니..하면서  꿀발린 콧소리를 내다가

슬슬 불거지는 생각과 말과 행동의 차이...

그래도 부부싸움은 칼로 물베기인지라

휘청거리다 가라앉곤 하지만

주도권쟁탈전은 계속되는 것 같습니다

이럴 때 "기도"가 필요하다는 걸 깨달은 사람들은

굉장히 성숙한 인격들이고,

그저 온갖 "기술"을 동원해

상대방을 굴복시켜보려는 노력을 하게되지요

(나만 그랬나???)

그러나 알콩달콩 엎치락뒤치락하며 세월이 흐르면

서로만을 바라보던 시선이

같이 함께 한 곳을 바라보는 모습으로 바뀌는데..

아마도 이때쯤

그동안 조용히 지켜보시던 하느님이

얘네들...그냥두면 안되겠구나...하고 부부사이에 끼어드시는 것 같아요

기도를 통해서 하느님이 개입하신다해도

각자 희망사항이 다르기 때문에

또 티격태격하기는 마찬가지이지요

저 사람이  어째서 내 기도대로 변화가 안되나...

한숨짓고 실망하고..합니다

그래서

서로의 기도 지향을 알아보고 공통분모를 찾으려

의논해야 하지요

이렇게 좋은 뜻으로 의논하다가도

도로아미타불이 되기도 하니

정말 결혼하는데는 세번의 기도가 필요하다는 밀이 실감납니다

....

결혼 30년차..40년차..50년차의 부부들도

말없이 잘만 살고 계시는데

겨우 26년차 아내가 아침부터 풍월을 읊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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