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일반 게시판
신의 섭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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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어릴때 이야기 입니다. 저의 어머님은 개신교 집안에서 태어나셨습니다. 더구나 저의 외가는 보수적 성향이라는 성결교회를 다니셨습니다. 그런 분위기에서 태어나셔서 자란 어머님은 매우 성실하게 신앙생활을 하시는 분이었던 것 같습니다. 나중에 아버님 을 따라 서울로 오신 후에 저희 가족 모두는 진보, 개혁적인 기독교 장로교회를 다니게 되었습니다. 한편, 저는 어릴때부터 어머니와 달리 진보, 개혁적인 교회를 다녔기에 같 은 교회를 다니면서도 약간은 이견이 있었던것 같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제가 사춘기랄수 있는 소년시절에는, 어머님과 종교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어머님을 약간은 당혹하게 만들고, 또한 그런것을 즐기는 악동이었던 것 같습니 다. #4549 의 글과 같이 어느 소년의 아픔과 같은 이야기를 알게 되면, 같이 슬픔을 느 끼면서도 어머님께 공격적인 발언을 한것이 생각납니다.
주로 이런 반박성 질문입니다. 자비로우신 하느님께서 왜 인간에게 그토록 고통을 주 는 것인지, 창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가서는 인간의 원죄에 대하여 반박했습니다. 그토록 영원히, 인류에게 고통을 주는 원죄의 원인이 한갖 선악과로 인한것은 너무하지 않는것 아닙니까? 라며, 하찮은 사람들도 그토록 중요한 것은 잘 관리할 것인데 그렇게 아무렇 게 방치해서 그것을 따먹게 했습니까? 또한, 왕조시대의 반역 죄인에게 가한 혹독한 형 벌도 3대 까지만 가해졌는데, 어찌하여 하느님께서는 대대로 몇 천년동안 벌을, 원죄를 씌우고 계십니까? 라고 따지면서 하느님을 부정하려고 까지 했습니다.
요즈음도 그렇지만, 더우기 그때에는 너무나도 처절하리 만큼 어렵고 고달픈 삶을 살 아가는 사람들을 대문밖에만 나가도 볼 수 있었고, 슬픈 사연도 듣고 했던것 같습니다. 그럴때마다 저는 어머님께 따지듯이 물었습니다. 왜 하느님은 당신의 모습대로, 사람을 만드시고 사랑하시는, 자비로운 분이라고 하시면서 인간이 겪는 그런 고통을 보고만 계 시는 것입니까? 라고 반박하면서 하찮은 사람들도 불쌍한 사람이 있으면 도와주고 싶어 하는데 하느님은 너무 비정하신것 아닙니까? 하고 물었습니다.
그럴때마다 어머님께서 하시는 말씀은 "모두 신의 섭리이다" 라는 간단한 대답이었습 니다. 그러시고는, "인간의 능력으로 이해 할 수 있는 신이라면 신이라고 할 수 있겠느 냐?" "신의 영역은 너무나도 무한하기에 인간의 능력으로는 다 알 수가 없는 것이다." 라는 알듯 모를듯 한 말씀만 하시고, 교회를 잘 다니고 성서공부도 열심히 하라고 하셨 습니다.
저는, 어느 정도 나이가 들어서도 마찬가지 입니다. 인간의 고통을 보면서 신께 도움 을 청하는 자세보다는, 신에 대한 야속한 심정을 금할 수 없을 때가 있습니다. 진정 신 께 대하여 인간이 해야 할 올바른 자세는 어떤것일까? 생각을 해 봅니다. 그러나, 분명 한것은, 인간의 노력으로 과학이나 의학이 아무리 발달하여도 미지의 장이 여전히 존재 한다는 것은, 신의 무한함과 신의 영역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을것 같습니다.
이제 우리는 슬프거나 고통스럽더라도, 신께 반박하는 자세보다는, 명확하게 왜 그런 고통을 주시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모두 신의 섭리이다" 라고 수긍하는 자세로 겸손 되게 받아들여야 할 것 같습니다. 어찌보면, 하느님께서는, 이웃의 아픔을 함께 나누고 자신의 아픔을 온전히 받아들일줄 알아야 한다는 것을 일깨워 주시려고 그러시는 것 같 기도 합니다. 우리의 아픔이, 우리를 위하여 처절하게 돌아가신 예수님과, 사랑하는 아 들을 품에 안고 슬픔에 잠기셨던 성모 마리아님의 고통에 비할 수 있을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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