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일반 게시판

뒷통수가 가려워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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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연 [enos1956] 쪽지 캡슐

2002-03-11 ㅣ No.161

 

저는 초등학교 다닐때부터 언제나 맨 뒤에 앉았습니다.

학기초에 키 순서로 번호를 정해줄때에.

저는 운동장에 나가서 줄을 서라고 하면,

당연하게 맨 뒤로 가서 서 있으면 되었습니다.

교실에서도 항상 맨 뒤에 앉게 되었습니다.

그때만해도 콩나물 교실이라서, 맨 뒤에 앉으면,

교실 뒷쪽 벽에 의자가 닿아서, 앞에 있는 애를 밀어야만 했습니다.

하지만 편한것도 있었습니다.

맨 뒤에 앉아 벽에 의자를 비스듬히 기대서 앉으면 참 편했습니다.

또 하나 좋은것은, 애들도 많은데다, 맨 뒤에 앉으니

은폐 엄폐가 잘되어 수업중에도 선생님께 걸리지 않고,

도시락도 먹고, 소설책을 읽을 수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키가 커서 좋은것만은 아닙니다.

체육시간이나 교련시간에는 맨 앞에서 기준을 해야 했고,

군대에서도 언제나 맨앞에 서서 기준을 해야 하기에.

제일 먼저 나가야 했습니다.

그러나, 그럴때에도 좋은것은 있습니다.

체조대형으로 벌릴때에 기준은 제자리에 서 있기에 편했습니다.

(이때 작은애들은 열심히 뛰어가서 서야 했지요.)

군대에서 제식할때도 기준은, 경례시 "우로 봐!"도 안하고

앞만 보고 걸어가면 되기에 편했습니다.

 

그러다보니, 언제부터인지, 저는 제 뒤에 누가 있다고 생각하면,

어색하고 불안했습니다.

또, 저는 어디를 가든지 습관적으로 뒤쪽에 있게 됩니다.

어른이 되어서 회사에서 교육을 받을때에도,

자연스럽게 맨 뒤로 가서 앉습니다.

그러니, 윗 사람들에게 눈도장을 못찍어서,

출세하는데 지장이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성당에서도 뒤쪽에 앉아야 마음이 안정되서 좋습니다.

요즘은 아내 등살에 맨 뒤에는 못 앉지만,

제 속 마음은 맨 뒤에 앉고 싶은 마음입니다.

저는, 삼위일체를 생각해서 앞자리를 비워 두는것이 아닙니다.

그냥, 뒷통수가 가려워서 입니다.

앞자리를 비워 두어서 미안합니다!

(키 큰 사람들은 예외로 봐주시면 고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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