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일반 게시판

사순절에 읽은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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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순옥 [mqwert] 쪽지 캡슐

2000-03-10 ㅣ No.384

안녕하세요, 신부님!

저는 김정숙 막달레나입니다

나이는 44세로 미혼이고 시각장애1급입니다.

만성신부전증으로 만 5년동안  투석하며 지내다가 97년 10월에 이식 수술을 하고

새로운 생명으로 태어났습니다. 지금은  지병인 당뇨병과 싸우며 지하철역에서 1평도 안되는 매점을 하고 있습니다만 78세된 노모를 모시고 열심히 기쁘고 감사한 마음으로

 하루 하루를 생활하고 있습니다

 

제가 투병생활를 하며 어려운 여건에 있을 때 하느님의   따뜻한 사랑과  많은 이들의 도움으로 먹고 살수 있었으며 이식수술도 할 수 있었습니다.

건강할 때는 더 잘 살겠다고 남에게 십원짜리 하나 베풀지 못하고 배고픈 사람에게

밥 한 그릇 주지 않으면서 먹지도 입지도 않고 돈을 모았습니다.

그렇게 모은 돈은 모두 합해도 병원비로도 충당하지 못하여 절망감으로 삶을 포기하려 했는데,  이런 저를 하느님은 먹이고 입혀주시고 새롭게 태어나게 하시더니

덤으로 생활터전까지 마련해 주셨습니다.

 

신부님.제가 병으로 쓰러져 남에게 도움을 받을 때 친구들 하나 찾아주지 않는 외롭고 고통스런 병과의 긴 싸움에서 제일 후회스럽고 가슴을 치며 통탄한 것은 그동안 남에게 베풀줄 모르고 인색하게 살아온 저의 삶이었습니다.

그것을 깨닫는 순간 저는 하느님 앞에 엎드려 소리내어 펑펑 울었습니다

그리고 저도 남에게 베푸는 삶을 살겠다고 다짐했습니다

그 때부터 누가 나에게 백원을 주면 30원은 되돌려 주는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존경하는 신부님 아이들 과자값도 안되는 돈을 보내면서 언젠가는 더 많은 것을 드렸으면 하는 소망을 갖고 사회복지 후원자가 되었는데 두달째 지로용지가 오지 않았습니다.

제 힘닿는데까지 밥 한 톨이라도 같이 나누고자 하는 마음이니 매달 지로용지를 보내주셨음 합니다

눈이 잘 보이지 않아 글이 엉망이며 제가 쓰긴 썼는데 무슨 글을 어떻게 썼는지 읽고 확인 할 수 도 없어 그냥 부치오니 읽으실 때 많은 이해와 양해를 바랍니다

 

신부님 몸건강하시고 제 여건이 허락되면 신부님 계신 곳, 어러 형제자매들의 보금자리를 찾아가 보고 싶습니다.

그들을 만나면 어떠한 어렵고 힘든 처지에 있더라도 하느님의 사랑을 확신하며 감사드리고 희망을 잃지 말라고 한마디 하고 싶습니다.

신부님 강녕하시고 오래오래 주님영광 나타내시어 많은 이들에게 빛과 소금되시옵소서 두서없는 글 죄송합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원주교구 사회복지후원회보에서 읽은 편지를 옮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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