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일반 게시판

어머님전 상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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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숙 [zenobiak] 쪽지 캡슐

2000-05-06 ㅣ No.546

  엄마!  엄마!  엄마!

  이 세상에서는 다시는 당신을 만날 수도 불러 볼 수도 없다는 사실이 너무나 새삼스럽습니다. 어느 한 순간 세상의 끊을 놓으시더니 이렇게 영영 이별이 될 줄, 한이 되어 가슴에 응어리로 남을 줄은 몰랐습니다. 5월이 되니 다하지 못한 딸의 자리가 너무도 부끄러워 어디론가 숨어버리고만 싶어집니다. 아직 당신으로 인해 맺어진 갈등의 고리 풀지 못한 채 십자가로 남아 제 등에 무겁게 얹혀 있는데.....

어쩌면 전 죽는 날까지 그 고리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없을 지도 모릅니다. (엄마, 미안해요.)

그리고 바쁘다는 핑계로 병석에 누워 계시는 동안 제대로 찾아 뵙지도 못한 무심했던 절 용서해 주세요. 자식 낳아 키워보면 부모 마음 안다지만 그렇지도 않은가 봅니다. 자식을 낳아 십여 년을 키웠어도 당신을 이렇게 떠나 보내고야 당신의 빈 자리가 느껴지니 너무나도 어리석은 딸이었습니다

  어린 시절 긴 머리 감겨 곱게 빗겨주시던 손길이, 겨울이면 행여 발시려울까 부뚜막에  녹여 댓돌위에 내 놓으시던 따뜻한 운동화의 감촉이 너무나도 간절히 떠 오릅니다.

어머니의 그 지고한 사랑을 먹고 컸으면서도 당신의 초라한 행색이 때로는 부끄러웠답니다.

당신처럼 살고 싶지 않다고 그래서 수녀원에 가겠다고 울며 대들던 제게 아무말도 않으셨던 어머니! 사실은 수도 생활을 동경해서라기 보다 반항심이 더 많았던 그 시절 모든 것이 두렵고 싫어서 무조건 어디론가 숨어버리고만 싶었었답니다.

 

  하루하루 다가오는 병마와 싸우시던 그 외롭고 고통스러웠던 날들을 어떻게 견디셨나요?  그래도 마지막까지 외로움과 고통을 성모님께 의지하고 사셨던 어머니. 병자성사 받으시고 편안해진 심정으로 의식을 잃으시더니 끝내 다시 일어나지 못하시고 가신 어머니.  

황 마리아.

이 세상에서 당신이 지고 가셔야만 했던 십자가는 너무나 크고 무거웠기에 아마도 주님께선 당신을 인자로이 굽어 보시어 자비를 베푸셨으리라 여겨집니다. 의식을 잃으셨던 그 순간까지도 완전히 자유로워지지 못했을 당신의 짐을 주님께서 모두 받아 주셨으리라 믿습니다.

 

      부활하신 주님, 마리아에게 자비를 베푸소서.

     자애로우신 성모님, 마리아를 위하여 주님께 빌어주소서.

     모든 성인들과 순교자들이여, 마리아를 위하여 주님께 빌어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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