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자료실

2010.9.5 아름다운 쉼터(유쾌한 기내 방송)

인쇄

박상훈 [4rang2] 쪽지 캡슐

2010-09-05 ㅣ No.496

유쾌한 기내 방송(은진슬, ‘괜찮아, 아무렇지도 않아’ 중에서)

오랜 비행 뒤라 매우 지쳐서 침대에 두 다리 쭉 뻗고 누울 생각밖에 나지 않았다. 그런 상태로 피닉스행 유나이티드 에어라인 항공기에 탑승해서 인사불성이 되었는데, 목소리 멋진 남자 승무원이 마이크를 잡고 안내 방송을 했다. 그런데 이 승무원, 마치 친근한 사람들에게 이야기하듯 기내 방송 정규 멘트 외에 이것저것 참견하고 농담도 하는 거다. 그 남자가 마이크를 들 때마다 사람들이 키득키득 웃었다. 분위기가 화기애애해지자 나도 차차 귀를 기울였는데, 이를테면 이런 말이었다.

“현재 피닉스의 기온은 110도(섭씨 45도 정도)로 맑습니다. 이 정도면 오븐 속에서 구워지는 느낌인데, 이런 여름에 피닉스에 간다는 것은 참 불운한 일입니다.”

“잠시 뒤 피닉스 공항에 도착합니다. 오늘도 유나이티드 에어라인을 선택해 주셔서 매우 감사드립니다. 저희 회사가 부도로 어려움을 겪는 때인지라 더욱더 감사드립니다. 머리 위 선반이나 좌석 밑에 두고 내리는 물건이 없는지 확인해 주시고, 혹시 두고 내리고 싶은 물건이 있다면 보석이나 지갑 등 되도록 값나가는 물건을 두고 내려 주시기 바랍니다. 모쪼록 즐거운 여행하시고, 피닉스에서 타죽지 않도록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우리나라의 경직된 업무 분위기상 승무원이 이런 방송을 했다가는 시말서를 써야 하지 않을까? 어떤 사람은 예의 없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나는 무척 신선했다. 피곤해서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는데 위트 있는 기내 방송 덕택에 생기를 되찾고, 피닉스에 도착할 때는 피로도 가셨기 때문이다.


13 0

추천 반대(0)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