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자료실

2010.9.7아름다운 쉼터(돈보다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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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훈 [4rang2] 쪽지 캡슐

2010-09-07 ㅣ No.498

돈보다 사랑(노지현, ‘좋은생각’ 중에서)

할머니는 어려운 시절 김 양식장, 수산물 가게, 식당 등에서 억척스럽게 일해 여섯 남매의 끼니를 해결하셨다. 하지만 할머니는 돈보다 사람을, 아니 사랑을 항상 중요하게 여기셨다. 군인들이 시키는 라면엔 달걀 하나씩 풀어 주고, 노동자들 밥상엔 할아버지가 힘들게 잡아 올린 생선회를 한 접시씩 올려 주셨다. 몸이 불편해 일할 데 없는 사람에게는 쉬운 일거리를 주며 살림을 돌보셨다.

어느 날 할머니가 밥해 주시던 공장이 문을 닫아 몇 달치 외상값 300만 원을 못 받게 되었다. 1년쯤 지난 뒤, 겨우 공장장 집을 알아낸 할머니는 충청북도까지 발걸음 하셨다. 지붕 한구석에 구멍이 뚫리고, 페인트칠이 벗겨진 집 안에 몸이 퉁퉁 부은 여자와 어린아이 셋이 있었다.

여자가 아픈 몸으로 사죄를 구하는 통에 할머니는 돈 한 푼 받지 못하고 돌아서셨다. 그런데 나오면서 부엌을 둘러보니 쌀통은 텅 비고 나무 선반에 라면 반 토막만 있었다. 할머니는 곧장 근처 슈퍼마켓에서 쌀 한 포대와 라면 한 상자를 사주고 돌아오셨다.

시간이 흐른 후 공장장이 쌀 세 포대와 350만원을 가지고 할머니를 찾아왔다. 그는 펑펑 울면서 백배사죄하고 고마움을 표했다고 한다.

명절이면 할머니의 따뜻한 마음을 잊지 못하고 찾아오는 사람이 많았지만, 할머니는 얼마 전 저세상으로 떠나셨다. 가슴이 뜨거워지면서 뭉클했다. 나는 바쁘다는 핑계로 취업이나 결혼 문제로 마음 고생하는 친구들도 챙기지 못했는데....

왜 나는 누군가에게 힘이 되지 못했을까? 갑자기 내가 부끄럽고 한심하게 느껴졌다. 할머니처럼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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