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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9.9 아름다운 쉼터(내 이웃, 현주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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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훈 [4rang2] 쪽지 캡슐

2010-09-09 ㅣ No.500

내 이웃, 현주씨(조송미, ‘좋은생각’ 중에서)

형편이 어려워 방 2칸짜리 반 지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7년이나 지내면서도 괜한 자격지심에 옆집에 누가 사는지 관심도 없고, 아는 이웃 하나 없이 그럭저럭 살았지요.

그러다 작년 봄, 집 앞 공터에 고추와 상추 모종을 심었더니 무럭무럭 잘 자라더군요. 어느 날 볼일 보고 오는데, 아기를 업은 젊은 여자 분이 고추를 따고 있었습니다. “아니, 왜 남이 심어 놓은 고추를 따세요?” 쌀쌀맞게 언성을 높였지요. 아기 엄마는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죄송해요. 많이 열렸기에... 너무 죄송해요.” 하며 어쩔 줄 몰라 했습니다.

“앞으로 따 가지 마세요. 계속 서서 지킬 수도 없고...” 하면서 집으로 들어와 버렸습니다. 하지만 나 자신이 정말 한심하더군요. 다 먹지도 못할 거면서 그렇게까지 무안 주지 않아도 될 것을... 고추와 상추를 한 바구니 따서 아기 엄마의 집으로 찾아갔습니다.

“아까는 화내서 무안했죠? 이것 받으세요.” 그러자 아기 엄마는 놀란 표정으로 문을 열었습니다. 아버지가 교통사고로 일찍 돌아가시고, 어머니는 재혼해서 고향에 사시고, 남편은 방글라데시 사람이라며 앞으로 친하게 지내자고 하더군요. 그날 저녁 아기 엄마는 삽겹살을 사 들고 왔습니다.

아기 엄마는 내가 “현주 씨.”하고 이름을 부르면 무척 좋아합니다. 현주 씨는 그 뒤 콩 한 쪽이라도 꼭 나누어 먹고, 나를 친언니처럼 따른답니다. 나만 힘든 줄 알았는데, 나보다 더 힘들 것 같은 현주 씨는 항상 밝고 여유롭습니다. 올해는 같이 모종을 심었습니다. 이웃과 나눈다는 것이 이렇게 행복한 줄 예전에는 미처 몰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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