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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9.10 아름다운 쉼터(다른 사람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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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훈 [4rang2] 쪽지 캡슐

2010-09-10 ㅣ No.501

다른 사람을 위하여(이병률, ‘끌림’ 중에서)

베니스에서 한 달 정도 산 적이 있다. 늦은 밤 베니스에 도착해 집주인이 열쇠를 맡겨 두었다는 카페를 찾아갔다. 카페 주인은 내 이름을 확인하더니 열쇠를 내주었다.

어두운 방의 불을 켜고 사방을 둘러보니 작은 탁자 위에 정성스럽게 포장된 뭔가가 있었다. 메모지에는 달랑 ‘다른 사람을 위하여’라고 적혀 있었다. 따뜻한 물로 목욕하고 잠을 청했다. 그리고 다음 날 산책하고 집으로 돌아왔을 때, 누군가 문틈으로 밀어 넣은 한 장의 메모를 발견했다.

“좋은 아침입니다. 나는 매일 아침 어제 열쇠를 맡긴 카페에 앉아 신문을 봅니다. 이 메모를 본다면 오늘이나 내일, 들러 줄래요? 집주인.”

나는 카페로 달려갔다. 악수하고 앉았다. 긴 시간 동안 비행한 이야기와 새벽에 일찍 깨어나 잠을 뒤척였다는 이야기를 나눴다. 주인은 대뜸, 나에게 무슨 선물을 받았느냐고 했다. 선물? 마침 나도 물어볼 참이었는데... 주인은 수년 전부터 여행객들에게 집을 빌려 주는데 세 번째인가 네 번째인가 그 집에 머물던 사람이 선물 하나와 이런 편지를 써 놓고 떠났다고 한다.

“이 집에서 나는 많은 꿈을 꾸었습니다. 당신도 이곳에서 멋진 경험을 하고 떠나기를!”

그 후로 사람들은 포도주, 비누, 손수건이나 자신이 읽던 책을 선물로 두고 떠난다고 했다. 멋지고 아름다운 전통이라고 말했더니 주인이 자랑스럽게 웃었다. 나는 집으로 올라가 선물 포장을 뜯었다. 수채화 곤돌라 그림이 그려진 손바닥 크기의 ‘포스트 잇’이었다. 나 역시 그곳을 떠나오면서 파스타 한 묶음을 놓고 왔다. 그리고 메모지에 ‘다른 사람을 위하여’라고 적었다. 계속해서 감사는 박자를 맞춰 감사를 부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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