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자료실

2010.9.16 아름다운 쉼터(토미의 낙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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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훈 [4rang2] 쪽지 캡슐

2010-09-16 ㅣ No.506

토미의 낙서(제인 린드스톰, ‘마음을 열어 주는 101가지 이야기 3’ 중에서)

초등학교 3학년 교실, 토미 부모와 면담하기로 했다. 갈수록 나빠지는 성적과 파괴적인 행동을 상의하기 위해서였다. 토미는 늘 행복하고 협조적이며 뛰어난 학생이었다. 그런데 최근 성적이 급격히 떨어진 것은 분명 부모의 별거와 이혼 소송에 따른 절망감 때문이었다.

토미의 어머니가 들어왔다. 잠시 뒤 아버지도 도착했다. 두 사람은 서로를 보고 놀라더니 금방 짜증 섞인 표정을 지었다. 나는 토미에 대해 설명했다. 그러면서 별거가 어떤 결과를 낳는지 깨닫게 해 줄 말이 떠오르기를 마음속으로 기도했다. 그때 문득 토미의 지저분한 시험 답안지를 보여 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토미의 책상 서랍에서 구겨진 영어 시험지를 꺼냈다. 시험지는 눈물로 얼룩지고, 앞뒤로 빼곡히 글씨가 적혀 있었다.

시험지를 펴서 어머니에게 건넸다. 그녀는 한참 동안 들여다보더니 눈물 흘리며 토미 아버지에게 주었다. 그는 기분 나쁘다는 듯 얼굴을 찡그렸지만 이내 얼굴이 퍼졌다. 그는 오랫동안 휘갈겨 쓴 말을 들여다보더니 시험지를 접어 호주머니에 넣었다. 그리고 아내 손을 잡았다. 그녀는 흐르는 눈물을 닦으며 미소를 지어 보였다. 토미 아버지는 아내가 코트 입는 걸 도와주고는 같이 교실을 나갔다.

신께서 그 가정이 함께할 방법을 가르쳐 주신 것이라고 믿는다. 시험지에는 고뇌에 찬 문장이 끝없이 적혀 있었다. “엄마 아빠, 사랑해요. 엄마 아빠, 사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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