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성당 게시판

[안~펌]슬픈이야기#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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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영희 [sunrise] 쪽지 캡슐

2000-06-06 ㅣ No.790

이제 네번째 이야기인가요?

저는 그동안 현실적인 또는 비현실 적인 슬픈 사랑이야기를 들려드렸습니다. 우리는 거기서 여러가지 사랑을 봅니다.

격이다른 안타까운사랑, 연인간의 애틋한 사랑, 그리고 너무나도 거룩한 부모의 사랑 등을....

그런데.. 여기 또 하나의 슬픈사랑이 있습니다.

 

이번엔 저의 이야기 입니다.

아니 우리 가족의 이야기이지요...

 

 

##########

 

저는 강화의 어느섬에서 살았습니다.

어렸을때 저의 집에서 개를 키웠다는군요...

자그마한 강아지가 여러마리 있었는데, 그 있잖아요.. 시골 부엌에 보면 불을 때는 아궁이가 달린 부뚜막 말입니다.

글쎄, 그 강아지들이 추웠는지 어느날 모두 그 아궁이 속으로 기어들어 갔답니다. 근데, 그걸 모르신 어머니께서는 아궁이에다 불을 지피고 말았어요. 결국 강아지 들은 모두 타죽고 한놈만 남았는데요..

어머니는 그놈을 불쌍하게 여기셔서 온갖 지극정성으로 보살폈대요..

인삼도 고아먹이고, 북어도 고아먹이고.....

근데.. 정말 정성이 하늘에 닿았는지 다 죽어가던 강아지가 살아났답니다. 뿐만 아니라 너무너무 건강하고 늠름하게 자랐다는군요.

 

얼마나 똑똑했냐면요..어머니가 밭에나가서 일을 하시는 동안 아기인 저를 보살필 정도였다고해요..

 

저는 잘 기억이 안나는데... 그냥 "바우"라고 하죠...

바우는 그외에도 집도 잘 지키고 사람 말도 잘 알아들어서 동내에서도 똑똑한 개로 소문났답니다.

 

그러던 어느날 군청에서 사람이 나왔어요...

아버지께서 말단 공직생활을 하실땐데.. 군청의 높은 사람이 우리집에 와선 이런 부탁을 했다는군요..

 

"군청에서 군견이 필요한데.. 자네의 개를 좀 쓸수 없겠나...?"

 

아버지는 한참을 고심한 후 결국 승낙을 하셨답니다.

별 수 있습니까? 높은사람 이라는데...

 

결국 바우는 군청으로 가게 되었는데, 옮기는 동안에도 안갈려고 애를 썼대나봐요... 그리고 눈물도 많이 흘렸답니다.

저의 부모님도 함께....

 

바우는 군청에서도 많은 활약을 했다고 해요...

물에 빠진 사람도 많이 구했구요...

그래서 사람들의 사랑도 많이 받았어요...

그러던 어느날 바우는 선창가(바닷가)에 빠진 취객을 구해주려다, 결국 사람만 구하고 자신은 살지 못했다는군요.

 

우리 아버지는 평소에 이렇게 말씀하셨다고 해요.

우리 바우는 죽어도 절대로 잡아먹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그당시엔 개가 죽으면 동내에서 잔치를 벌였거든요.

그런데.. 군청에서도 아버지의 마음을 알았는지, 아님 그들도 바우를 사랑했는지.. 바우를 땅에 묻고 다시 한번 더 몰래 이장시켰다고 합니다. 사람들이 몰래 가져갈까봐서 라나요...?

어머니는 아직도 바우를 잊지 못한다고 하십니다.

 

저는 개를 키우지 않을거예요...

저의 잠재의식 속에 바우의 기억이 남아있어서 일까요?

개는 좋아하지만 저보다 먼저 찾아올 이별이 서글퍼서요...

 

문득 푸른색 아기바구니 밑에서 저를 지켜주던 바우를 상상합니다.

 

잠깐 저의 남아있는 기억의 단편을 정리해 봤습니다.

 

주님의 사랑이 항상 여러분과 함께하기를 바랍니다.

 

 

                                       - sunri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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