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동성당 게시판

★[신앙의 대화][24]

인쇄

김춘열 [c.y.kim] 쪽지 캡슐

2000-01-21 ㅣ No.3108

† 찬 미 예 수 님 !

 

사막(沙漠)의 물

 

사막을 횡단하는  대상(大商)들이 있었다. 낙타에 잔뜩 짐을 싣고 험한 모래 위를

가고 있었다. 초행이라 두려운  마음 금할 길 없으나 가야 살길이 있기에

가야 한다. 그들에겐 오아시스가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며 정처 없이 떠나고

있는 것이다. 뜨거운 뙤약볕을 걸으며 밤이면 총총한 별과 시원한 바람이

벗이 되어 주는 사막의 고독은 참으로 고달프지만 멋있기도 했다.

 

열흘이 지나도 오아시스를 발견 못 했다. 가지고 온 물이 하나씩 들통나기

시작하자 근심 빛이 모두의 얼굴을 찌그러 뜨렸다. 20일 후엔 낙타의 목을

칼로 찔러야 했다. 이젠 걸어야 한다. 사정없는 불볕이 머리를 짓부수고

머리는 땀조차 말라 비틀어 반들반들하다. 동료는 하나씩 쓰러져 갔다.

남은 사람들의 발 거름도 기계적이다. 감각을 잃은 지 오래다.

 

남은 사람은 열 사람뿐이다. 그들도 이젠 더 이상 갈 수가 없었다. 모두가

쓰러져 있는데 맨 앞에 가던 사람이 엎드려서 흙의 내 음을 맡았다. 후각이

최고도로 발달된 그 즈음 그는 물기 있는 모래가 있는 아래 쪽 구릉에서

수분 냄새를 맡았다. 그의 눈은 번뜩였다. 그는 기었다. 있는 힘을 다해서

기어가 흙을 파 제쳤다. 물은 솟았다.

 

그는 입을 대고 한없이 마셔 댔다. 모래가 입으로 가득했으나 그것은

양념과 같았다. 물은 점점 세차게 솟았다. 기운은 회복됐다. 그는 이제

어찌할 것인가?

 

<신앙의 대화>

 

그가 인간이라면 분명 그는 죽어 가는 동료를 끌고 가 하나씩 물을 먹여야

한다. 생명의 물을 먹여야 그는 인간이다. 자기만 마시고 물가에 앉아 물장구를

친다면 그는 인간도 아니다. 물을 마셔야 살 수 있는 동료들을 내버려

둔다면 우리는 그런 놈이 다 있느냐며 분노할 것이다.

 

자 ! 생각해 보자. 우리는 신앙인이다. 우리가 살기 위해서 일하는데 "왜

사는가? " 를 아는 사람이다. 영원한 물을 마시고 영원히 살 수 있게 된

사람들이다. 우리만 실컷 마시고 앉아 있을 수 있겠는가 ! 지쳐 쓰러져

영원히 죽어갈 사람들이 있다면 그들을 잡고 물가로 인도해야 하는 것이

인간으로서의 본분이라면 전교에 몸 바쳐야 하지 않겠는가 !

 

우리는 남을 비평하고 판단하기 좋아한다. 우리의 본분과 우리의 사명을

망각하기 일쑤다. 우리는 전교를 누구보다도 많이 해서 쓰러져 있는 우리의

목타는 동료를 생명의 샘으로 인도해야 하겠다. 나만 먹고 앉아 물장구나 치는

사람의 앞날은 어떠하겠는가 !

 

우리가 발견한 샘은 잠시 동안 우리의 목을 축이는 그런 샘이 아니고

영원히 목마를 수 없는 기막힌 샘이다. 그런 샘을 발견하고도 가만히 있다면

죽은 거나 마차가지다. 우리는 사막을 가고 있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홍해를

건너 사막을 간 것처럼 우리는 하느님의 나라를 향해 사막의 길을 가고 있다.

 

그러나 남들은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발견 못 했는데 우린 철철  넘치는

생전 없어지지 않고 마시며 영원히  목마르지 않을 샘을 발견한 것이다.

 

형제여 ! 우리 모두 기갈 들린 사람들에게 우리의 이 기쁜 소식을 전해

그들의 기갈을 풀어 주자.

 

기갈에서 해방된 그대여

그대는 무엇을 망설이는가 ?

뒷통수를 치며

덜 깬 정신을 자극 하거라.

신음하는 소리가 들리 우는

저 넓은 사막은 우리의 땅.

가자 ! 노래와 물을 안고서.

 

핏기어린 눈

까칠한 피부

뾰족한 턱

쳐다보기조차 징글맞은

참혹한 군상들을

넌지시 보고만 있을 손가 !

 

두 팔을 걷어 붙여

팔뚝을 보이면서

신발짝에 물을 뜨고

벙거지에 물을 담아

목이 타서 죽어가는

우리 형제 구출하세.

 

사랑합니다 !



56 0

추천 반대(0)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