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동성당 게시판

★[신앙의 대화][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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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춘열 [c.y.kim] 쪽지 캡슐

2000-01-26 ㅣ No.3174

 

 † 찬 미 예 수 님 !   

 

 

실망(失望)한 대학생

 

시내 버스는 언제나 만원이다. 육탄전이 버러지고 심하면 욕을 바가지로 뒤집어 쓰기도 한다.

햇살이 눈부신 어느 일요일 준호라는 대학생은 홀가분한 기분으로 버스를 탔다. 아침인데도 버스는 만원이었다.

얼 마쯤 갔을까 ? 버스가 멈칫한다. 신호등으로 해서 조금 급정거한 모양이다. 밀리는 건 예사지만 그만 옆에 게신 아줌마의 발을 밟았다. 젊은이는 고의가 아니지만 미안해서 그 좁은 버스 안에서도 고개를 숙이느라 애쓰면서 "죄송합니다" 했다. 그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여자는 "여보세요. 새로 산 신을 더럽혀 놨으니 이걸 어떻게 해요. 젊은 사람이 왜 그래요."

 

목소리가 거칠은 걸 알아차린 학생은 더 미안해서 "정말 죄송하게 됐습니다." 하며 정중히 또 사과했다. 그러나 그 여자는 젊은이를 쏘아보며 "뱃지를 단  것 보니까 학생인 것 같은데 누굴 놀리는 거예요" 하며 쏘아 부친다. 욕을 하는데 그 건 못 들었다. 학생은 가슴에서 응어리가 용솟음치기 시작했다. 화끈하면서 열이 가슴과 주먹으로 뻗쳤다. 계속 입 속으로 중얼 중얼거리면서 발을 문지르는 여자를 보며 한바탕 까주고 싶은 심정이다. 그러나 "지금 성당엘 가는 중이다" 하는 생각을 하며 창피당한 자신을 억제하고 상처 받은 마음을 달래었다.

 

성당 근처에서 내린 그는 그 순간을 잊고 싶어서인지 빠른 걸음으로 성당에 들어갔다. 성당에서는 언제나 맡아 논 자리가 있었다. 맨 앞에 자리였다. 그것도 큰 이유가 있어서 였다.

한마디로 남들을 위하고 자신의 신앙을 위해서 였다. 그러나 그날만은 그러질 못했다. 가슴속에서 열이 나고 있어서 였다. 미사 참예를 열심히 못 할 것만 같아서 맨 뒷자석에 앉아 고개를 떨구고 마음을 잡고자 노력하는데도 영영 해결되지 않았다.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게 "주여 임하소서" 하는 은은한 성가가 울려 퍼지고 모두들 주님을  모시러 나가고 있었다. 평소에는 잘 못 느꼈는데 그날 사람들이 영성체를 하러 나가고 들어오는 모습을 보면서 너무나도 아름답고 부러워 보였다.그는 차마 영성체를 할 수가 없었다. 아무 생각 없이 그저 앉아 있기만 했기 때문이다.

 

부러운 눈으로 영성체자들을 보다가 그는 깜짝 놀랐다. 어떤 여자가 폼을 재며 영성체를 하고 들어오는데 바로 버스에서 욕을 하던 그 여자였기 때문이다. 보좌 신부님이 안계셔서 성사도 못 봤을 텐데 !

 

<신앙의 대화>

 

남을 용서할 줄 모르는 사람이 "나는 잘났오" 하며 폼을 잡고 영성체를 하다니 !

하기야 남을 판단할 수 없으나 그런 정신 상태인 사람이 과연 신자라고 할 수 있겠는가 ?  자기만을 알고 자기의 신발, 양말이 더럽혀진다는 생각은 알면서도 남의 가슴에 상처가 난다는 생각을 못하는 그는 필경 IQ 가 모자라지 않은지 !

 

우리에게 있어서 제일 귀중한 것이 자신과 물질이 아닌지 반성하자. 남을 생각하고 이해하는 마음은 바로 사랑을 실천할 수 있는 터전이 된다고 말하고 싶다.

자기의 목숨을 생각하기에 앞서 남을 위하는 마음을 가진 사람을 우리는 존경한다. 신앙인으로서 자신보다는 주님을 더 사랑했던 순교자들을 우리는 공경한다.

 

남을 위해 희생하기는커녕 자기에게 티끌만한 손해가 와도 그걸 못 참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이 사회가 불행이다. 앞서 말한 여인이 바로 그런 사람이 아니겠는가. 그것도 신자이면서….

 

소리 지를 힘이 있거든

약자를 찾아보고

열이 오르면

팔목을 비틀든지

배꼽을 꼬집든지

열을 식히라.

 

잘나도 한 세상

못나도 한 세상

근수로 따지나

평수로 따지나

잘나면

얼마나 잘났을까 !

님이 아니시면

모든 것이 허사로다.

 

사랑이 아니면

모든 것이 소용없네.

 

---[등잔불]중에서---

 

사랑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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