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곡동성당 게시판

청년 활성화 방안을 읽고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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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우성 [vision33] 쪽지 캡슐

2003-11-28 ㅣ No.2968

■ 가톨릭교회 청년활동을 하면서 느낀 문제점과 대안

 

신부님이 제기하신 모든 문제점 중 공감하는 내용을 다시 정리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다만 제기하지 않으신 다른 부분을 청년활동을 경험했던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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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기록문화의 부재 /노하우, 시행착오, 성과의 공유가 안되는 것

 

 청년성가대에 들어온지 10년[중간 중간 못나오는 때도 있었지만]이 되어가는 96년 나는 성가대 자료집을 만들고 싶다는 강한 충동(?)에 사로잡혔었다.  그 이유는 10년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동안 내 청춘을 바친(?) 성당청년활동에 대한 일종의 정리요, 내가 나가고 들어 올 후배들에게 청년활동의 의미와 음악적 전문성이 요구되는 성가대 활동에 대해 쉽게 적응할 수 있는 가이드를 해주고 싶다는 생각이었다.

 

그리고 관련 자료들을 찾아보면서나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자료가 하나도 없었다.  기초자료가  없었던 것이다. 악보 외에는 총회 기록이나 월례회의 기록 조차도...

 

단장이 자주 바뀌고 지휘자가 자주 바뀌고 신부님이 바뀌고 단원들이 바뀌면서 기록은 끊기어 연속성이 없어지고, 당연히 보관되지 않았으며, 쓸 수 있는 것은 나의 흐릿한 기억과 그당시 활동했던 선배들을 만나 물어보는 수 밖에 없었다.

 

그 당시 나는 청년성가대 단장과 지휘자도 겸하고 있었다. 무보수 청년성가대 지휘봉사자를 찾기 힘든 시절이었고, 기타를 치고 노래를 좋아했던 나는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지휘자 역할을 맡아 3년-4년정도를 성가대 단장과 지휘자를 겸직했었다.

 

힘든점은 개인에게 부담이 많다는 것이고, 좋은점은 단체장악(?)과 빠른 의사결정, 맘대로 독재(?)를 하기 좋다는 것이었다.

 

국악미사 도입, 장구반주, 청년미사시 영성체후 라이브 특송 실시 등..의미있었던

일도 많이 있었고, 특히 미사 후 "기타반주와 특송이 너무  좋았다"는 주위분들의 격려에 일주일의 노래연습도 힘든 줄 몰랐었다.

 

그러나 단지 노래가 좋아서 들어온 청년들에게 라틴성가는 생소한 물음표 그 자체였다.

 

또한 음악적 전문성이 부족한 일반청년들에게 미사곡을 배우게하고 때로는 라틴어 발음을

익히게 하며, 익숙하지 않은 테너,엘토,소프라노의 파트 음을 훈련하고 배우기에는,  주1-2회의 연습으로는 어림도 없는 일이었다. 서로 즐거움과 기쁨을 나누고 어려움과 신앙을 함께 하는 공동체가 아니라, 맨날 라틴어와 부족한 파트연습이 계속되어야 하는 지겨운 나날이었다.

 

나는 단순히 성가만 부르는 것이 청년들이 해야 할 전부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청년성가대]는 이름처럼 성가대와, 청년활동을 같이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욕심많던 나는 [청년성가대 자료집]을 통해

 

1. 청년의 역할 (청년예수의 삶을 배우고 조명)

2. 성가대의 역할(일반인에게 기본적인 음악적 소양을 키우고 성가대에 빨리 적용할 수

   있는 방안)을 규정해보고 담아보고 싶었다.

 

그리고 교회서적을 사고, 자료를 뒤지며 예수의 삷부터, 바람직한 청년성가대의 모습과 조직방안, 관리방안 등도 자료집에 넣었으며 단원들 모두가 참여하여 한 페이지씩 글들을 쓰도록 유도했다. 그것은 "평화의 도구" 라는 이름으로 96년 11월 제본해서 나왔으며  내게는 큰 자랑거리였다.

 

또한 당시 본당신부님이 유료지휘자를 영입해서 청년성가대 10주년 기념 제 1회 성가발표회까지 가지게 되어 더욱 뜻깊은 해가 되었었다.

참, 기분좋은 일이었지만,,,

 

그런데 그 뿐이었다.

그리고 결혼과 함께, 이사와 함께 나는 활동을 지속하지 못했고,  

심혈을 기울여 만든 자료집은 쓰여지지 못했으며 (지금 월곡동 성당 어딘가에 있을까?)

 

이후 활동은 못해도 가끔 성당에 들렀었지만, 지휘자가 바뀌고, 단장이 바뀌고, 단원들이

바뀌면서 얼마 안지나 성가대는 다시 과거의 모습으로 돌아간 것처럼 보였다.

 

위와 같은 모습이 어디 성가대 뿐이랴..

다른 청년단체도 청년연합회도 또한 마찬가지 였다.

 

봉사정신과 활동력이 뛰어난 리더가 있어도 리더가 있을 때만 이라는 전제가 붙는다.

 

청년의 시기는 그리 길지 못하다.

또한 천주교회에서 30대 중반을 넘기며 활동을 지속하는 청년들은 많지 않은 것 같다.

청년활동을 열심히 했던 30대가 모여 그동안 활삼모[활기찬 30대 모임]도 해보고 했지만

역시 쉽지 않은 것 같다. 교회에서 30대가 활동할 수 있는 틀거리는 많지 않다.

 

결론적으로 열심히 활동했던 청년들이 떠나면

어떤 성과도 기록되지 않으며

어떤 노하우도 공유되지 못했고,

각 단체들은 여전히 같은 문제, 같은 고민으로 같은 방향만 돌고 있었다.

 

피끊는 청춘의 에너지를 발산하기 위해서 연합회 활동을 하는 청년들도 분명히 있었고,

주위에서 혹은 신부님이나 수녀님이 하라고 하니 하는 친구들도 있었다.

 

문제는 그들 모두 어디로 가야 하는지 "목적의식"이 분명하지 못했고,

아무도 그걸 가르쳐주지 않았으며, 당면한 문제조차 같이 "공유"하지 못했고,

어떻게 변해야 하는지도 몰랐다.

 

열심히 활동하는 청년이 있으면 반짝 활동적이 모습이 보였고, 반대의 경우에

청년연합회는 침체된 것처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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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기법 중에 지식관리시스템(knowledge management system) 이라는 것이 있다.

 

쉽게 표현하면 "한 개인이 회사를 떠나면 그사람만 그만두는 것이 아니라 그사람이 가지고 있는 지식과 지혜, 업무의 노하우도 빠져나가는 것을 방지하고 조직의 자산으로 남게 하는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교회에서 청년시절은 대부분 노련한 지혜보다는 열정과 자신감, 봉사정신으로 일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청년시기는 변화가 많고 또한 열정적인 대신 노력한 만큼 작은 성과라도 나타나지 않으면 그만두게 되는 경우도 많은 것 같다. 문제는 그들이 떠나면서 그들이 흘린 땀과 노력, 시행착오들의 경험들도 고스란히 떠나게 되는 것이 문제이다.

 

열심히 활동하고 떠난 선배들의 경험들과 시행착오들이 제대로만 기록되어 있다면,

표준화시키고 정형화시키기는 어렵다 하더라도 기록을 토대로 활동에 활용할 수만 있다면

적어도 새로운 열정으로 시작하려는 새내기 청년들에게는 도움이 되지 않을까?

 

그럼, 어떤 것을 기록해야 할까?

1. 공식적인 기록 : 당연히 필요하다

  총회, 모임의 연혁, 월례회의 자료부터 공식적인 자료는 당연히 기록이 필요하다

 

2. 비공식적인 기록 :어쩌면 공식적인 기록보다 더 필요할 수도 있다고 본다.

  월례회의 자료 뒤에 회의를 하면서 느꼈던 그날의 심정들을 적을 수도 있고,

  회의시 혼자서 말을 많이 하는 사람에게 어떻게 하고..말이 없는 사람에게는 이렇게

  등등..

 

  행사를 준비하면서 소요된 비용, 도와 준 사람, 아쉬웠던 부분..

  엠티,캠프를 준비하면서 답사갔던 곳에 대한 느낌, 준비할때 꼭 지켜야 할 원칙 등등..

  청년들이 왜 안나오는지 고민했던 내용

  청년들을 초대하기 위해 시도했던 많은 기획안들...

 

  내가 활동하던 때에도 청년연합회에서 나름대로 많은 사업을 진행했었다.

 

  본당의 DB 를 찾아서 냉담청년들에게 엽서 보내기

  새벽미사에 청년연합회 회원들 나오기

  청년미사시 공지사항시간에 청년단체 소개

  청년미사후 각 단체에서 단체활동 전시

  청년단체 연합 연말문화제 [샘무리제] 개최 등

 

  지금도 계속되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러나 그당시 사업과 행사를 계획하면서 느꼈던

  모든 시행착오와 성과들, 청년들을 미사에 초청하기 위해 고민했던 내용들을 적절한

  기록으로 남길 수 있다면, 이후 새로운 열정으로 시작하는 후배들에게 도움이 될 것

  같다.

 

  2004년도 모임의 리더를 해야 하는 청년에게 2003년도 리더가 행사 및 사업의 공식적인  

  예산부터, 자잘한 내용까지 기록해 두었다면 전체 흐름을 알수있고 자신의 색깔을 더할 수도 있지 않을까...

 

  2003년도 기록에 2004년도의 기록이 추가되면 2005년도의 리더는 더욱 나아지지

  않을까!..

 

  청년단체는 단체의 특성에 따라 다른 기록방식을 가져야 할 것이고, 연합회는 그러한

  단체의 기록이 잘 작성되도록 지원하고 정기적으로 기록물을 제대로 보관 및 보존하는

  작업을 시도하는 것!  괜찮지 않을까?

 

 작은 일도 기록하는 문화가 청년활동의 기본으로 자리잡혔으면 좋겠다. 위의 기록은 예를 든것이지만, 무조건적인 기록이 아니라 청년활동의 시각에서 활동의 경험과 성과, 노하우 들을 새로 시작하는 사람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공유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것이

내가 느낀 첫번째 아쉬움이자 문제점이었다.

 

 -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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