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희동성당 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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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혜원 [annaj73] 쪽지 캡슐

2000-04-25 ㅣ No.1352

즐거운 편지

 

황 동 규

 

내 그대를 생각함은

항상 그대가 않아 있는

배경에서

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일처럼

사소한 일일 것이나

언젠가 그대가 한없이 괴로움 속을

헤매일 때에 오랫동안 전해오던

그 사소함으로 그대를 불러보리라.

 

진실로 진실로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까닭은

내 나의 사랑을 한없이 잇닿은

그 기다림으로 바꾸어 버린 데 있었다.

 

밤이 들면서 골짜기엔

눈이 퍼붓기 시작했다.

내 사랑도 어디 쯤에선 반드시 그칠 것을 믿는다.

다만 그때 내 기다림의 자세를

생각하는 것 뿐이다.

 

그 동안에 눈이 그치고

꽃이 피어나고

낙엽이 떨어지고

또 눈이 퍼붓고 할 것을 믿는다.

 

 

당신을 사랑하는 기쁨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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