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기동성당 게시판

무엇을 달라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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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지희 [lusi71] 쪽지 캡슐

2003-04-08 ㅣ No.3932

 

예전에..

저는 사람을 엮는 것을 무척 좋아했습니다.

누구와 누구는 어울리겠다...하는 것 말입니다.

 

누구에게 어떤 대부를 엮어주고,

누구에게 누구를 엮어서 같이 활동을 하게 하며..

이 사람이 하고자 하는 일에 그 사람을 소개시켜주면 더 좋을 것 같고,,,

 

사람들과 대화를 할 때 버릇처럼 하는 생각이었습니다.

이 사람에게 누구를...엮어주면...

.....

 

스스로 몰랐던 사실인데,

어느날 누군가 저에게 그 사실을 말해주면서,

아~ 나에게 그런 습관이 있었구나..하는 인식을 하게 되었습니다.

 

항상 제가 말하면서 그러더랍니다.

" ...어울릴 것 같지 않아요? "

...^^;;

 

그 말을 듣고 보니,

그 분에게 나의 생활과 주위 사람들에 대해 이야기 하면서 항상 그랬다는 것을

느끼며...인식한 거지요..

 

그 사람에게 무언가 도움을 주고 싶은데,

나 하나는 그다지 아무 능력이 없기 때문에..그렇게 밖에 못하기 때문입니다.

 

아주 가끔씩 그것은 맞아 떨어져서...좋은 결론이 나곤 했기에

나름대로는 신명나서 그랬던 것 같습니다.

...^^;;

 

그 버릇은 지금도 못 고쳐서 사람을 많이 상대하게 되지 않은 지금도,

어쩌다 대화를 하는 이들의 말을 듣고 있노라면,

끝없이 엮을 사람들을 생각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되곤 합니다.

 

....

 

며칠전 후배가 저에게 찾아와 우울증에 걸린 자신을 떠들고 갔습니다.

결혼이 하고 싶은데,,,자동차정비 자격증이 있는 남친이 논답니다.

무엇인가 취직도 하고 사람구실을 해야 소개를 시키는데...

대학을 나온 자신의 부모님께

고졸의, 그것도 연하의 남자, 백수....절~대 소개시키지 못하니

숨기고 숨기다.. 우울증에 걸린 거지요.

 

자신이 돈을 벌어 방통대라도 보내나...하며 이것저것 돈벌이를 생각하고 있는 후배이야기를 들으니,

...제 버릇 어디 갑니까?

 

지금 주제도 안 되는 것이,,,

그 애가 지금 하고자 하는 일에 엮을 사람을 궁리하기 시작하고 만 것입니다.

 

급전을,, 그것도 많이 벌려니,, 정상적인 돈벌이에 대한 계획을 말하는 것도 아닌데..

제가 막 생각나는 사람을 엮을려고 했었다는 것 아닙니까...^^;

..당연히 잘 되지 않았지요.

 

그 후배는 친한 사람이나 아는 사람이 많던 예전의 저를 생각한 듯 ..

은근히 이 질문, 저 질문, 계속해서 전화를 해대며,,,

아쉬운 소리,,, 이 부탁, 저 부탁 의논을 해대니,

실질적으로 아무 것도 해 줄수 없는 저로서는

사실은 그녀의 전화가 부담스럽고 가시방석이었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남친을 취직시킬 만한 만남이 생겨서 전화를 했더니만,,,

대뜸 하는 말이,

" 응, 언니, 그런 정비회사는 아는 곳이 있대~~됐어.."

 

@_@??

 

그럼 쉽게, 큰 돈버는 것을 나에게 도와 달라는 것이었능교?

순리가 있을 진대...한숨이 나왔습니다..

....

 

오늘 광야의 이스라엘 백성들을 묵상하다 우습게도 그 후배가 떠올랐습니다.

그들은 이집트에서부터 계속되는 야훼의 기적을 보며,,

그들...어쩌면 주제넘은 부탁을 한 것은 아니었을까?

 

달라고 하면, 아쉬운 소리하고, 죽는 소리하고 , 매달리면,,,

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해 살 생각은 하지 않고,

 

하늘에서 떨어지는 만나로도 만족하지 못하고, 메추라기로도 만족하지 못하고.,

이웃 나라의 풍족한 것들만 바라보며,,,

 

주실 수 있는 분이 너무 째째하게 구신다는 생각을 하며 불평하고 있었던 것은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순리라는 것이 있습니다...

 

야훼는 광야에서 그들을 정화시키시로 마음먹으셨고,

그동안 뿌리깊게 자리한 우상과 이교도적인 문화들을 뽑으셔야 겠다고 생각하셨습니다.

 

그러기 위해서 그 분은 그들을 단련시키는 장소로 광야를 택하셨고,

주실 수 없어서가 아니라,,,

정말 필요한 만큼만 주시면서 그들과 대화를 하고 계셨습니다.

 

...중요한 것은 그 분은 필요한 만큼 주신다는 것입니다.

그만큼이 그들에게 필요했다는 것입니다.

 

더 주어서는 그들이 당신이 약속한 땅의 풍족함을 그리워하지 않아..

그 광야에 머무를지도 모른 다는 것을 그 분은 알고 계셨습니다.

 

그 분은 그 척박한 광야에서도 그들에게 풍족함을 주실 수 있는 분이었습니다.

하시고자 하시면 그 광야를 에덴동산을 만드실 수도 있는 분이셨습니다.

 

그러나 그 분은 그들이 당신만 바라보는 법을 깨닫기를 원하셨습니다.

그 척박한 곳에서 오로지 그 분의 은총으로 사는 법을 깨달을 때...

풍요로움을 주셔야 한다고 생각하셨습니다.

 

그래야 풍요로움 속에서도 절대 잊지 않고 당신을 기억할 것이라고 생각하셨기 때문입니다.

....

 

그러나 그 분의 능력을 너무 많이 보아버린 백성은 오늘도 아우성칩니다.

’ 왜~~ 안주시냐고!!

  왜~~ 우리를 이렇게 고생시키냐고...!!!

 

꼭 필요한만큼 주신 것은 보지도 못합니다.

....

 

오늘 예수님은 " 하실 수 있음에도 하지 않고 있노라~~!!! " 말씀하십니다.

 

그 분은 정말 하느님이 시키신 만큼만 행하시고, 말씀하시고 계심을..

그것이 인류와 하느님과 관계를 재정립하고 구원하는 도구로서의 자신의 역활이심을 말씀하십니다.

 

그 분은 정말 위에서 오신 분..

우엇이나 가능한 능력을 지니신 분...

하지만, 오로지 구원과 계약의 순리를 위해 순명하신 분...

 

죄벌하실 수 있는 권능이 있지만, 판단하지 않으시고...

행하실 수 있지만,, 시키신 일만 묵묵히 하신 분...

그리고 구원을 위해 높이 달려서...

당신이 그렇게 되기 위해 아버지에게 얼마나 순명하셨는지를 보여주셨던 분...

.....

 

능력있는 분이니, 가져서는 안되는 것을 달라고 조르는 제 모습이 보입니다.

주실 수 있으면서 왜 안 주시냐고 불평하는 제가 보입니다.

 

아주 작은 것을 지니고도 생색내고

베풀 수 없는 것조차 줄 수 있는 것처럼 허풍떠는 제가 마구마구 떠오릅니다.

주어서는 안 되는 것조차... 달라고 하면 주려고 하는 제 모습도 보입니다.

 ..

ㅠ.ㅠ

오늘 하루 또 찌그러져 반성하고 반성하는 제가 될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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