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량리성당 장년게시판

모니카 언니 전상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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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호 [cary] 쪽지 캡슐

2000-07-12 ㅣ No.1542

빗속을 허위허위 달려가 성당에 섰건만 어찌 그리 휑하던지요?

언니가 이 땅에 안 계신 거 알면서 자꾸 빈 자리를 보게 되더라구요.

언니 또 악보 챙겨 가신 건 아닌지 몰라...

 

어젠 쌍동이 아가다 언니 생일이었어요.

음력으로 지내는 루시아 언니 생일을 토요일에 지낸 터라

아무 준비를 못했어요.

그냥 가긴 너무 섭해서  앉아 있으면 갖은게  나온다는 동다방으로 향했죠.

그런데 동다방 문이 매정하게 닫힌 거예요. 우째 이런 일이...

마음만으로 됐다고 가자는 아가다 언니...

비는 앞을 사정없이 가로막지요, 시간 장난 아니지요 해서 걍 갈까 우짤까 하다가

그래도 그래도...

어디면 어때? 여기서 하는거야.

횡단보도 옆에 우산 받고 빙 둘러선 우리,

빗소리를 반주삼아 생일 축하합니다~

생일인데 케잌이 없어서야...

 

즉석에서 비를 모아 마음 예쁜 사람한테만 보이는 케잌 올렸고

아가다 언닌 주인공다운 환한 미소로 촛불 껐구요.

그리고는 빗속으로 총총...

 

우리가 없는 시간 쪼개어 일주일에 세 번 연습을 한들

돋보기를 들이대고 "귀여운 꼬마가.."를 목청껏 불러재낀들

나이를 못 속이는 이 목소리로 얼마나 좋은 노래 부르겠어요.

한 가지 목표를 두고 함께 격려하며 정을 나누는 그 자체가 아름다운 일이지요.

서로를 새로이 알아가는 이 기쁨... 또 다른 재산을 쌓아가는 느낌이에요.

한 차로 귀가하는 루시아 언니와 전 비밀이 늘어가요.

평생 가슴에 묻어 두어야 할 비밀까지요.

 

철없이 들떠 곁길로 잘 빠지는 우리가

항상 출발지점, 신앙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게 이끌어 주시는 언니,

언니가 안 계신 연습실에서 우린 언니를 그리워합니다.

 

그런데 언니, 고민이 하나 있어요.

우리 자꾸 안드레아 형부 좋아지려구 하는데 이래도 괜찮은 거예요?

어떻게 그런 멋진 남자 사로잡았는지 자세~히 얘기 좀 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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