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양동성당 게시판

그림자를 만들어갈수 있는 삶이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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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석 [haein] 쪽지 캡슐

2002-01-18 ㅣ No.8529

 

 

 

그림자는 분명 나의 것이지만 나를 대신할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림자는 말도 못하고, 색깔도 없고 언제나 검은 색입니다.

빛의 방향에 따라서만 뒤에 생기고

빛의 각도에 따라서만 길어지고, 또 짧아지곤 합니다.

빛이 없으면 없어졌다가 빛이 생겨야만 나타나곤 합니다.

 

있는 듯이 없는 듯이 살아가는 이들이 있습니다.

누군가에게 득을 줄 수도 없습니다.

누군가에게 해를 줄 수도 없습니다.

짓밟혀도 아무말도 아무 반응도 보여줄 수 없습니다.

그런 것들은 이미 죽어있는 것들입니다.

 

그들은 그림자처럼 살아만 갑니다.

그래서 그들이 어느날 슬그머니 사라져도

아무런 느낌도 기억도 나는 갖지 못합니다.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는 부대끼며 정드는 관계입니다.

부대끼며 생각하고 성숙해지고 살아가는 법을,

살아남는 법을 배우며 영위되는 속성을 운명으로 갖고 있습니다.

생명체는 그 무엇이든 홀로 살수 없는 존재입니다.

부대끼지 않고 살려는 생명체는 이미 죽은 것입니다.

 

때로는 아프고 외롭고, 힘겹고 쓰려도 부대끼며 살아야합니다.

언제나 반대급부는 있게마련이기 때문입니다.

생명체는 모두 더불어 살아야만하도록 운명지어진 존재들입니다.

부대낌을 거부한다면 이미 삶을 포기한 그림자에 불과한 존재입니다.

 

서로 부딪쳐 넘어지기도 하고,

넘어진 사람을 일으켜 주기도 하고

더불어 살아야만 살아있는 것입니다.

아마도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이렇게 살아가라고...

살아가면서 삶의 참 행복을 찿으라고 이렇게 만든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말도 못하고, 아무런 행동도 못하고 오직 빛의

반대방향에만 나타나는 그림자같은 삶은 이미 죽은 존재입니다.

어둠속에서도 어둠에 섞이지 않고 정의의 빛을 발하고,

밝음 속에서는 역동적으로 제대로의 색갈을 보여주는

총 천연색의 삶을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늘 누군가의 뒤에만 있다가 사라지는 삶이 아니라

때로는 앞으로 뛰쳐나가 목청껏 살아있음을 선언하는

용감하고 도전적인 삶을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내게 주어진 순간순간을 마지막 기회로 여기며

그 주어진 일들에 최선을 다하는 삶을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림자의 삶이 아니라

그림자를 만들어내는 그런 삶을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새벽 2시가 넘었을 것입니다. 누군가에게 긴급한것 같은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이사람은 받지 말라고 하지만 부모님들을 가까이 모시고

있는 저로서는 그냥 지나치기가 마음의 부담을 주었습니다.

 

한참을 오더니 멎더군여. 그래도 마음한구석으로 혹 부모님이 아파서

긴급하게 전하를 하신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이 끊이질 않았습니다.

 

한동안 있다가 다시 핸드폰으로 전화가 오더군여.

정말 급한가보군아 급히 전화를 받았지요.

아!! 이 실망스러움과 안도감이여!!!!!!!!!!

 

술에 취한 아는 사람의 전화였습니다. 순간 화도나고 언제나

거절하지 못하고 끌려 다녔던 자신이 다시 원망스럽기도 하고

이사람에게 미안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문득 생각한 것이 이제는 진정 그림자 같은 삶이 아니라

때로는 그림자를 만들어 가는 삶을 사는 것도 중요함을 깨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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