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재울성당 게시판

내가 사랑하는 당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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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애 [marianna02] 쪽지 캡슐

1999-10-27 ㅣ No.342

내가 사랑하는 당신은

 

                         도종환

 

저녁숲에 내리는 황금빛 노을이기보다는

구름사이에 뜬 별이었음 좋겠어

내가 사랑하는 당신은

버드나무 실가지 가볍게 딛으며 오르는 만월이기보다는

동짓달 스무날 빈 논길을 쓰다듬는 달빛이었음 싶어

 

꽃분에 가꾼 국화의 우아함보다는

해가 뜨고 지는 일에 고개를 끄덕일 줄 아는 구절초이었음해.

내 사랑하는 당신이 꽃이라면

꽃 피우는 일이 공 살아가는 일인

콩꽃 팥꽃이었음 좋겠어.

 

이 세상의 어느 한 계절 화사히 피었다

시들면 자취 없는 사랑말고

저무는 들녘일수록 더욱 은은히 아름다운

억새풀처럼 늙어갈 순 없을까

바람 많은 가을 강가에 서로 어깨를 기댄 채

 

우리 서로 물이 되어 흐른다면

바위를 깎거나 갯벌 허무는 밀물 썰물보다는

물오리떼 쉬어가는 저녁 강물이었음 좋겠어

이렇게 손을 잡고 한세상을 흐르는 동안

갈대가 하늘로 크고 먼바다에 이르는 강물이었음 좋겠어.

 

 

  어때요? 시 이쁘지 않아요?

어제 학교에서 책을 30% 싸게 팔더라구요..  그래서 오랜만에 책하나 샀어요..

그 뿌듯함이란...^_^

 

글구.. 수한!!  영애 ’형’ 이라니...  누구 혼사길 막을 일 있니?

또, 너의 글은 언제나 썰렁하기 그지 없구나...

 

민선아, 너의 글도 조금은 썰렁했다만...  너의 귀여움이 보인다...

 

    마리안나는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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