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덕동성당 게시판

하느님과 화목하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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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아 [jin0314] 쪽지 캡슐

1999-12-08 ㅣ No.1281

예전에 읽었던 책 중 기억나는 부분이 있습니다.

 

어느 남자가 세상에 실망을 해버렸데요.

그 남자는 세상이 싫어서 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모든 것이 싫었던 그 남자는 부인의 말에도, 자식들의 말에도 어떤 반응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저 자신만의 세계 속에 있었죠.

그렇게 몇십년이 지난 후, 그는 이제 세상과 화해를 하죠.

그리고, 그 몇십년간 말하지 않던 사람들과 얘기하고 싶었습니다.

부인을 찾았고, 그의 자식들을 찾고, 친구들을 찾고,,,

 

말하고 싶었습니다.

자신이 지금 얼마나 행복한지, 자신이 얼마나 그대들을 사랑하는지...

 

그치만 그는 더 이상 말 할 수 없었습니다.

그의 맘은 말하고 있었지만, 어떤 말도 말되어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는 후회합니다.

왜 그토록 오랜 시간 말을 안했는지...

 

 

어릴 적에 읽었던 책인데 가끔씩 생각납니다.

특히 내 맘이 이럴 땐...

 

피하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세상의 모든 것에서,

특히 내가 힘들다 느낄 때는 나를 힘들게 하는 나의 일상으로부터 피하고 싶습니다.

 

이틀간 사경을 헤매다 깨어났습니다.

꿈속에서 참 많은 것들을 보았습니다.

아빠를 보았고, 참 좋아했던 사람을 보았고, 나의 어린 시절을 보았습니다.

 

내가 선택한 길인데 그 길 가기가 버거워 그냥 주저앉고 싶었습니다.

그냥 아무 생각없이 살고 싶었습니다.

암흑 속을 용기내어 걷다 그 용기냄마저 사라져 버렸을 때 도망치고 싶었습니다.

나의 일상으로부터...

 

그치만 오늘 다시 마음을 다잡습니다.

 

오랜시간 내 안에 있다가 어느 순간 모든 걸 잃지 않기 위해 다시 일어서기로 했습니다.

 

주님께는 나의 이기심이나 욕심만 내어드리는 것이 아니라 하더군요.

주님께 다가서지 못하게 하는 두려움이나, 피하고 싶음이나, 어두움, 자신의 그림자도 모두 내어드리는 것이라 하더군요.

첨 그 얘길 들었을 때는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그치만 이제 이해할 수 있습니다.

 

내안의 모든 것 주님께 내어드리고자 합니다.

그리고, 주어진 모든 것들 특히 내 안의 어둠까지도 받아들이고자 합니다.

 

이런 노래 아세요?

 

누가 나에게 이 길을 가라하지 않았네.

내게 투쟁의 이 길로 가라하지 않았네.

그러나 한 걸음 또 한 걸음

어느새 적들의 목전에

눈물 고개 넘어 노동자의 길 걸어

한 걸음씩 걸어왔을 뿐

누가 나에게 이 길을 일러주지 않았네.

가슴 뚫고 흘러넘칠 노동 해방 이 길을..

 

늘 내 맘대로였습니다.

그저 내 맘대로 살았을 뿐입니다.

그러면서도 말은 잘 했죠.

주님 원하시는 길을 가길 바란다고,

결국 내가고픈 길 갔으면서...

 

언제쯤이면, 내가 끼워맞춘 주님의 길이 아닌 주님 길에 맞춘 삶일 수 있을지 늘 고민합니다.

이제는 그 고민마저 주님께 드리고자 합니다.

 

그리고 대림 2주의 제 2독서의 마지막 말씀처럼...

 

"티와 흠이 없이 살면서 하느님과 화목하는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십시오."

 

네, 그렇게 노력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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