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동성당 게시판

할아버지식 사랑표현..

인쇄

최아델라 [thella] 쪽지 캡슐

2001-09-13 ㅣ No.7304

 

할아버지식 사랑표현

 

금실이 좋은 부부가 있었다.

 

몹시 가난했던 젊은 시절

 

그들의 식사는 늘 한 조각의 빵을

 

나누어 먹는 것이었다.

 

그 모든 어려움을 사랑과 이해로 극복한 뒤

 

안정된 생활을 할 수 있게 되자

 

그들은 결혼 40주년에 금혼식을 하게 되었다.

 

많은 사람들의 축하 속에서 부부는 무척 행복했다.

 

손님들이 돌아간 뒤 부부는

 

늦은 저녁을 먹기 위해 식탁에 마주 앉았다.

 

하루 종일 손님을 맞이하느라 지쳐 있었으므로

 

그들은 간단하게 구운 빵 한 조각에

 

잼을 발라 나누어 먹기로 했다.

 

"빵 한 조각을 앞에 두고 마주앉으니

 

가난했던 시절이 생각나는구료."

 

할아버지의 말에 할머니는 고개를 끄덕이며

 

지난 날의 기억을 떠올리는 듯

 

잔잔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할아버지는 지난 40년 동안

 

 

늘 그래왔듯이 할머니에게

 

빵의 제일 끝부분을 잘 라 내밀었다.

 

그런데 바로 그때 할머니가 갑자기

 

얼굴을 붉히며 화를 내는 것이었다.

 

"역시 당신을 오늘 같은 날에도

 

내게 두꺼운 빵 껍질을 주는 군요.

 

40년을 함께 살아 오는 동안 난 날마다

 

당신이 내미는 빵 부스러기를 먹어 왔어요.

 

그 동안 당신에게 늘 그것이 불만이었지만

 

섭섭한 마음을 애써 참아 왔는데...

 

하지만 오늘같이 특별한 날에도

 

당신이 이럴 줄은 몰랐어요.

 

당신은 내 기분이 어떨지

 

조금도 헤아릴 줄 모르는 군요."

 

할머니는 분에 못이겨

 

마침내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할머니의 갑작스러운 태도에

 

할아버지는 몹시 놀란 듯

 

한동안 머뭇거리며 어쩔 줄 몰라했다.

 

할머니가 울음을 그친 뒤에야

 

할아버지는 더듬더듬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당신이 진작 이야기해 주었으면 좋았을 텐데...

 

난 몰랐소. 하지만 여보...

 

바삭바삭한 빵 끄트머리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부분이었소..."

 

 



62 0

추천 반대(0)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