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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주영 [Serina99] 쪽지 캡슐

2000-03-21 ㅣ No.1563

덕대도서관입니다. 저녁 8시 30분이 넘어가고 있습니다. 다음주부터는 특강 개강이라 강의계획서를 준비하고있습니다. 지금은 웬지 영어가 눈에 들어오질 않네요. 자꾸 예전부터 읽던 사회학 일종의 책에 눈이 갑니다.


여긴 지금 삭막한 정적이 아니라 따뜻한 고요가 흐르고 있습니다. 시끌벅적한 낮의 뜨네기들이 가버리고 진국(?)들만 남은 도서관에는 진지한 고요함만이 흐르고 있지요. 제가 좋아하는 순간입니다. 책에 둘러싸여 마치 부자가 된 듯한 뿌듯함이 마음가득합니다. 물론 혹자는 지적 탐욕이라든가, 허영을 논할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내가 알지 못하는 세계를 책을 통해 간접적으로 체험한다는 사실은 저를 설레게 합니다.

제 자신을 통해 우리 청년들의 모습을 봅니다. 지적인 욕구와 성취욕, 모두 가득합니다. 무언인가 성취하여 제 자신을 증명하고 싶어하지요. 꼭 누군가에게 보이고 싶어서라기보다는 그냥 제 자신을 스스로 시험하고 싶어집니다. 제가 어느정도인가하는..

 

하지만 문득 책을 읽고, 멋을 부리고, 앞에 나가 연설을 하고, 무언인가 지금까지 바랐던 것을 하고 난 뒤, 기뻐해야 하는데, 왜 우리는 공허한, 허전한 자신을 보게 되는 것일까요. 채워진 내모습이 아니라 무언인가 더 채워야 하는 그 빈공간이 더 크게 보이는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모든것이 좋습니다. 좋은 것이 좋은 것입니다.

 

하지만 근본적인 것이 채워지지 않는 이상 세상의 그 어떤 것도 그저 껍데기일 뿐입니다. 어차피 알맹이가 없는 껍데기 말입니다.

우리는 무엇을 위해 살아갑니까?
우리의 삶의 목적은 무엇입니까?
우리는 왜 이 자리에 있습니까?
우리는 우리주변의 사람들과 사물들과 어떤 관계를 맺고 살아가고 있습니까?
...

교과서에서나 봄직한 질문들, 너무 흔해 진부한듯이 느껴지는 질문들..

하지만 결코 우리의 삶의 주변이 아닌 바로 중심 한가운데서 계속 올라오는 물음들입니다.

...우리는 진정 어떻게 살아가고 있으며, 무엇을 위해 살아가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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