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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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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준 [atherm] 쪽지 캡슐

2000-01-22 ㅣ No.676

^^유키는 일본어로 ’눈’이라는 뜻입니다...

 

와-! 오늘 눈이 왔습니다!

 

모두들 보셨겠지요? 눈이 글쎄 반짝 반짝 아주 예쁘답니다...

 

마치 유리 조각을 뿌려 놓은 것처럼... (그렇게 감동하고 있을 때

 

옆에서 이건 오염되었다느니 하면서 분위기 깨는 한로형...^^)

 

하늘을 쳐다보며 내리는 눈을 보면서...

 

(갑자기 엄청 큰 눈이 제 눈으로 날아와서 찔리는 줄 알았어요...ㅡㅡ;)

 

또 땅 위에 소복이 쌓여 있는 눈을 보면서...

 

(한눈 팔다가 넘어지는 줄 알았어요...)

 

혹은 차도나 사람들이 다니는 길거리에 미끌하게 윤기가 나 있는 눈을 보면서...

 

마치 눈처럼

 

우리들도 저렇게 세상에 내려왔을 거라고 생각해 봅니다...

 

티없이 맑게, 아니 오히려 반짝거리면서 내려왔겠지요.

 

그리고 세상에 떨어진 다음에도 눈처럼

 

녹아 없어질 때까지 제 몫을 하게 됩니다...

 

차도에 떨어진 눈은 금새 얼고 또 금새 치워져

 

혜성처럼 살다 간 이의 모습을 비춰주는 것일까요?

 

아이들 손에 뭉쳐져 눈싸움 판을 돌아다니는 그 눈은

 

한결같이 곧은 이의 인생을 말해주는 걸까요?

 

잘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한가지 확실한 것은...

 

어떤 눈이고 조금씩 더러워지고 만다는 것입니다.

 

지금 창 밖에 반짝거리는 눈도 결국엔

 

세상의 때를 타 더러워집니다.

 

자동차 타이어의 기름때, 사람들 발자국의 때, 아님 공기중의 먼지라도.

 

서서히 눈을 더럽혀 갑니다.

 

어쩌면 눈이 하늘에서 내려오던 그 때부터 더러웠다고 생각하는 편이

 

나을 수도 있겠네요.

 

하지만 그런 것은 싫습니다.

 

처음부터 더러웠다는 것... 사람이고 눈이고, 그것은 변명에 지나지 않습니다.

 

지금의 자신의 모습을 부정하려는...

 

처음엔, 깨끗했겠지요.^^

 

보지는 못했어도... 그렇게 믿고 싶습니다.

 

그래서... 더럽혀지는 눈을 볼 때마다

 

마치 더럽혀진 나를 보는 것 같아 가슴이 시려서...

 

요즘엔 소복이 아름답게 쌓여 누군가 밟아주길 기다리는 듯한 눈을 보아도

 

밟지 않습니다...

 

제발... 녹을 때까지 밟히지 않기를... 저 깊은 곳에 숨어서...

 

세상의 때를 타지 않기를 간절히 기원해 본 적도 있습니다.

 

깨끗한 눈이 있는 그 장소를 몇번이고 지나치면서 확인해 보았습니다.

 

결국엔 어떤 눈이고 밟히고 말았지만... 아마 제 눈에 보이지 않게,

 

정말이지 숨어서 깨끗하게 녹은 눈이 있으리라 확신합니다...

 

우리도... 그렇게 녹고 싶습니다...

 

흙탕물 범벅이 되어 녹기는 싫습니다...

 

아주 희귀하고, 마치 차도에 떨어진 눈처럼 가능성이 희박하다 할지라도...

 

모두들, 제가 아는 모두가, 티없이 깨끗하고 순수한 마음으로

 

녹았으면 좋겠습니다...

 

눈 한 결정만이 깨끗하게 되는 것이 아니듯

 

서로의 주변에 존재하는 우리들 모두가...

 

깨끗하게 녹았으면 좋겠습니다...

 

여러분,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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