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사동성당 게시판

가끔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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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주 [zizibe76] 쪽지 캡슐

2000-05-27 ㅣ No.3563

가끔은 비오는 간이역에서 은사시나무가 되고 싶었다...

 

햇볕은 싫습니다...

 

그대가 오는 길목을 오래 바라볼 수 없으므로...

 

비에 젖으며 난 가끔은

 

비오는 간이역에서 은사시나무가 되고 싶었습니다...

 

비에 젖을수록 오히려 생기 넘치는 은사시나무

 

그 은사시나무의 푸르름으로 그대의 가슴에

 

한 점 나뭇잎으로 찍혀있고 싶었습니다

 

어서 오세요, 그대...

 

비오는 날이라도 상관없어요...

 

아무런 연락없이 오실 땐

 

햇볕 좋은 날보다 비오는 날이 제격이지요

 

그대의 젖은 어깨, 그대의 지친 마음을

 

기대게 해주는 은사시나무, 비오는 간이역

 

그리고 젖은 기억소리

 

스쳐 지나가는 급행열차는 싫습니다...

 

누가 누군지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빨리 지나가 버려

 

차창 너머 그대와 닮은 사람 하나

 

찾을 수 없는 까닭입니다

 

비에 젖으며 난 가끔은 비오는 간이역에서

 

그대처럼 더디게 오는 완행열차

 

그 열차를 기다리는 은사시나무가 되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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