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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영이 보렴] 등록금 투쟁 in EHW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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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민정 [selina] 쪽지 캡슐

2000-04-16 ㅣ No.775

호영이 고생하는구나....

 

울학교 등록금 투쟁도 여느때보다 심각하다.

수업거부는 기본에다 학생들이 검은 옷을 입고 등교하고, 총학생회장과 부총학생회장이 삭발을 하고(둘 다 여자임을 감안할 때 예사일은 아니죠) 본관벽에 회복 불능의 낙서판을 벌이고(덕분에 청소하시는 분들이 며칠밤낮을 본관 벽에 매달려 계셨다.), 본관 앞에 천막을 치고 버티기 시작한지 2주가 넘어가고..

이번엔 학교나 학생회나 지칠줄을 모르는 것 같다.

 

등록금 인상 폭이 너무 커졌기 때문이겠지..

이번 등록금 인상을 계기로 나도 대학이라는 집단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되었다.

 

2년 전 학교의 적립금 문제가 불거져 나왔을 때, 학교측의 2000년 이후에는 학교가 이러이러하게 좋아질 것이라는 변명아닌 변명을 듣고 20세기의 학생들을 착취하여 21세기 학생들을 끌어들이겠다는거냐고 눈살을 찌푸리게 했던 학교인데, 21세기의 학생들에게조차 경제원리를 앞세운다고... 실망이라고...

 

울 아버지때는 대학을 ’우골탑’이라고 했단다. 상아탑과 우골탑...

그러나 이제는 소 한마리 팔아서는 한학기조차 다닐 수 없는 금액을 내고 교문안으로 들어섰을 때, 도저히 즐겁게 먹을 수 없는 양과 질의 음식을 부담스러운 돈을 치르고 먹어야 하며, 컴퓨터를 한 번 쓰려면, 도서관 자리를 맡으려면 그것만으로도 부담이 되는, 그래서 차라리 교문밖으로 나가 사설 PC방이나 사설 독서실을 찾게 되는 기막힌 환경에서 공부를 하고 있는 것이다.

 

조교 장학금을 줄일 수 있도록 50분 수업을 75분 체제로 돌렸고, 쥐꼬리만한 BK장학금을 타게 된 학생들에게서는 아예 조교장학금을 박탈해 버린다는 무시무시한 학교.

 

등록금 투쟁을 하는 학생들을 ’몰상식한’ 학생들로 치부하고, ’돈 없으면 이화를 떠나라’는 말이 나오는 학교.

그나마 우리학교가 점잖은 편이라는 소리를 듣고 얼마나 놀랐는지...

대학입시를 준비하던 고등학생의 눈으로 바라보던 대학은 활기가 넘쳐 흐르는 지성의 전당이 아니었던가..

 

그래두.. 나에겐 수업거부의 선봉에 서거나, 등록금을 총학생회 계좌로 입금시킬 용기가 없었다.

등록금 투쟁은 총학생회에 맡기고, 교실로 도서관으로 향했었던 내 모습이 갑자기 작아지는군..

 

호영아! 까짓거 넘 걱정하지 말구 공부 열심히 하렴..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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