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양동성당 게시판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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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원 [boyne] 쪽지 캡슐

2000-01-22 ㅣ No.948

5살난 아이를 데리고 친정집으로 나선 아이 엄마는 버스 정류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제 제법 어른처럼 말을 하는 아이는 매서운 겨울 바람에도 엄마와 외출한다는 사실이 그저 좋아서 신이 났다. "엄마! 여기는 어디야?" "엄마! 지금 어디 가는 건데?" 등등의 엄마의 대답이 없어도 그저 혼잣말을 계속 한다.

 

유난히도 찬 바람이 부는 오늘... 엄마는 버스가 빨리 와서 아이와 함께 친정집의 아랫목으로 향하는 바람을 속으로 계속한다... 134번... 89번... 78번... 아이와 엄마가 타야할 버스를 제외하고 많은 버스들이 그들을 지나쳐갔다... 한참을 기다리던 아이... "엄마 0번 버스는 없어?" 하고 엄마에게 묻는다. "글세~ 외국에는 모르겠지만 우리 나라에는 없단다... 왜, 그게 궁금했니?" "응... "하며 대답하는 아이는 호기심에 찾던 표정이 금새 시무룩해진다.

 얼마나 기다렸을까... 매서운 바람에 이제는 코끝이 시려오는 시간... 엄마는 아이도 걱정되고 해서 아무래도 버스를 포기하고 다른 교통 수단을 이용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 순간...

 찬바람이 크게 한 번 불었다. 추위에 엄마는 잠시 눈을 감았다가 아이를 안아야겠다는 생각에 자리를 떠날 준비를 서둘렀다... 그런데 바로 그때 0번 버스가 그네들 앞에서는 것이 아니겠는가... 아이 엄마는 눈을 비비며 다시 확인을 한다... 확실히 0번 버스였다. 고개를 돌리던 아이가 "어! 엄마 0번 버스다!!! 빨리 타보자, 빨리~~~~"하고 조른다.

 어느새 아이 엄마는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고 이내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그 버스에 몸을 싣고 나서였다. 승객들은 모두 눈을 감은 채 하나같이 창백하나 얼굴들... 아이 엄마는 등줄기가 서늘해지는 것을 느꼈다... 내가 무엇에 홀렸나... 엄마는 섬뜻한 생각이 아이를 안고서 운전선 가까이 다가갔다... 휑한 눈동자의 운전기사... 큰 눈으로 흘낏 아이엄마를 쳐다보는 그 눈길에 엄마는 얼음 송곳에 찔리는 듯한 통증을 느꼈다... 노선표도 희미하게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그려져 있으며, 종점표시도, 아무런 표시도 되어있지 않았다...

 엄마는 다시 좌석쪽으로 다가가 머리를 길게 늘어뜨린 아가씨에게 조심스레 묻는다. "아가씨 이 버스 어디로 가는 거예요?" 아무런 대답이 없다... 맞은 편에 앉아 있는 할머니께 물었다. "할머니 이 버스 어디로 가는 거예요?" "...... 몰라......"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느낀 엄마는 황천길로 향하는 버스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갑자기 들었다. 허연 얼굴들의 침묵으로 앉아 있는 사람들... 아무말 하지 않고서 검은 옷을 입은 운전기사... 알 수 없는 0번이라는 숫자... 그래 그런거야... 엄마의 생각을 겉잡을 수가 없었다. 일단 아이부터! 엄마는 그 생각뿐이었다. 엄마는 바로 앞의 창문을 열어 아이만이라도 살리겠다고 아이가 이승으로 돌아가기를 바라며 아이를 창밖으로 던졌다... 아가야 너는 살아야한다...

 

 그 순간..."꺄아!!!!!" 찢어지는 비명 소리! 엄마는 소스라쳐 놀랐다. "어떻게, 어떻게!!!" 몰려드는 사람들.... 자리를 지키고 무표정이던 사람들이 일어나고 버스가 멈췄다... "아이엄마 왜 그랬어요?" 순식간에 바뀌는 현실... 엄마는 정신을 다시 차려본다. "이 버스 0번 버스지요? 다들 황천길로 가는 거지요? 살려주세요... 아직 해야할 일이 많다구요..."  흐느끼는 아이 엄마... "아주머니 무슨 소리하시는 거예요! 이 1자 떨어진 10번 버스라구요!"  

 

 그 뒤는 모두의 상상에....

 

 

쓰다가 보니까 무서운 얘기도 아니구, 우스운 얘기도 아니네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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