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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정 [red-cherry] 쪽지 캡슐

2001-12-04 ㅣ No.7605

나는 신랑에게 한국말을 가르치는 것을 사명으로 생각할 때가 있다.

 

신랑이 별로 배우고 싶어하지 않는 데도 혼자 신나서 무조건

 

붙들고 가르치기도 한다.

 

덕분에 신랑은 우선 한글을 대충 읽고 쓸 수는 있게 되었다.

 

동시에 한글이 얼마나 쉽고 과학적인 글인가도 인정했다.

 

그렇다, 한글은 정말 자랑스러운 문화유산이다....

 

 

근데 한국어는 그렇게 만만치가 않다.

 

울 신랑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려면 나도 머리 빠지는 걸 감수해야

 

하고 신랑도 이유 없이 고문을 당할지 모른다는 생각에 두려워한다.

 

수없이 많은 레슨을 받았음에도 신랑이 깨치지 못한 발음이 있다.

 

바로 ㄱ 과 ㅋ 이다.

 

나도 미치겠다.

 

 

Lesson 1

 

 

 

영어에는 tongue twister 라고 해서 발음하기 힘든 문장들이 있다.

 

예를 들자면 "She sells sea shells by the sea shore,"

 

또는 "Peter Piper picks a pack of pickled pepper."

 

하는 식으로 말이다. (한번 외어서 말해봐라... 무지 힘들다)

 

 

신랑: 한국말로도 tongue twister 있어?

 

니나: 물론 있지...

 

신랑: 해봐

 

니나: 저 들의 콩깍지가 깐 콩깍지인가 안 깐 콩깍지....

 

혀가 안 돌아가서 대충 얼버무렸다.

 

신랑이 뒤집어지게 좋아하며 웃는다

 

 

신랑: 또 해봐

 

니나: 저 들의 콩깍지가 깐 콩깍지.....

 

신랑은 웃느라 침대를 뒹굴며 한참동안 허걱댔다.

 

신랑: What is 콩깍지?

 

니나: 콩 껍데기가 콩깍지야. 콩이 bean 이거든

 

신랑: Oh, I’ll remember 콩....

 

그날부터 신랑은 심심하면 조른다

 

신랑: Try 콩깍지 please?

 

니나: 저 들의 콩깍지가 깐 콩깍지....

 

그럼 신랑은 또 재밌다고 웃느라 방바닥을 데굴데굴 뒹군다.

 

결혼을 한 건지 애를 입양한 건지 모르겠다.

 

그래도 여기까진 좋았다.

 

 

Lesson 2

 

 

내가 다니는 한국 교회 형제들은 화요일마다 농구를 한다.

 

신랑이 자기도 해보고 싶다고 했다.

 

모두 한국사람들이었지만 운동하는데 말이 별로 필요 없을 것

 

같아서 신랑도 껴달라고 했다.

 

열심히 농구를 하고 땀에 범벅이 되어 집에 오는데 신랑이 묻는다.

 

신랑: 농구하는데 왜 자꾸 bean 얘기 해?

 

니나: 누가?

 

신랑: 다들 콩 pass, 콩 어쩌구....

 

니나: 공을 잘못 들은 거 아냐? 공은 ball 이야

 

신랑: 아, 콩이 ball 도 되는 구나...

 

니나: 콩이 아니구 공!!!

 

신랑: 그래, 콩!

 

가나다를 한 시간도 안 되서 모두 외우고 대충 쓸줄도 알게 된

 

신랑의 총명이 의심스러워지면서 혹시 귀에 이상이 있는 건

 

아닌가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Lesson 3

 

 

 

친척댁에 갔다.

 

그 집에는 번호를 누를 때마다 한국말로 누른

 

번호를 말해주는 전화기가 있었다.

 

국제 전화를 하려고 전화카드를 쓰는데 뒷 번호 4자리가

 

0000 이었다.

 

번호를 눌렀다.

 

 

전화기: 삼삼사오 이팔 공공공공

 

 

방 안에 있던 신랑이 후다닥 뛰쳐 나온다

 

얼마나 빠르고 요란하게 뛰어 나오는지 나는 놀래서 얼떨결에

 

수화기를 다시 놓아 버렸다.

 

 

니나: 뭐,뭐야....?

 

신랑: Someone said 콩!!!!!!

 

니나: ?????

 

신랑: Really!!! I heard 콩!!!!!

 

 

한참 만에야 전화기에서 나온 공공공 소리를 듣고 저런다는

 

것을 알았다.

 

하여간 자기가 쫌만 아는 소리가 들리면 신이 나서 저 야단이다.

 

니나: 이건 bean 이 아니고 zero 라는 뜻이야

 

신랑: 발음이 같아?

 

니나: 틀리지, 하나는 콩, 또 하나는 공!

 

신랑: 똑같네, 뭘

 

니나:.......... -_-

 

화장실을 갔다가 돌아와 보니 신랑이 전화기 장난을 하고 있었다

 

전화기의 0번을 계속 누르고 있는 것이었다.

 

 

전화기: 공공공공공공~ 띠리리~ 지금 거신 전화는 국번이 없거나.....

 

신랑: 하하하하,,,,,,, 재밌다, 콩 콩 콩 콩......

 

니나: ..............-_-;;;;

 

 

Lesson 4

 

 

 

한국에 있는 친구와 오래간만에 통화를 했다.

 

친구: 너 결혼하고 나서 아줌마 된 거 아니지?

 

니나: 오모, 오모... 아니야 나 무지 이뻐 ... (-_-;;;)

 

친구: 전화 끊자.....

 

니나: 무엄하다, 공주 앞에서!!! 공주가.....

 

친구: 딸깍! (-_-;;)

 

 

전화를 끊자 신랑이 날 빤히 바라본다.

 

 

신랑: What is 콩 Joo?

 

신랑은 모든 한국말의 기본을 콩이라고 생각하나 보다

 

니나: 공주는 한 단어야.... 공 Joo 가 아니라...

 

신랑: 콩주.... Is it like 콩깍지?

 

니나: 아니야.... Princess 라는 뜻이야....

 

신랑: Everything’s 콩 in Korean.......

 

니나: 뭐가 다 콩이야, 공이라니까!!!!

 

신랑: Yes, 콩!!!

 

니나: 공주!!! 내가 공주야, 이제부터 날 공주라고 불러

 

신랑: You want to be my bean.....?

 

니나: 콩 말구 공주!!!

 

신랑: 싫어.... 콩이 더 좋아..... 넌 이제 콩이야....

 

 

이런 말도 안 되는 논리가 어디 있단 말인가.....

 

공주가 princess 인 걸 알면서도 우기다니....

 

지금까지 신랑은 날 콩이라고 놀린다. -_-

 

 

 

Lesson 5

 

 

 

신랑이 오락에 한참 열을 올려 택견을 샀을 때다.

 

옆에서 구경을 하는데 여러 인물들 중에 왠 팬다곰이 보였다.

 

니나: 저 곰은 뭐야, 저것도 싸워?

 

신랑: 응, 쿠마 라고 해.... 일본말로 bear 라는 뜻이야

 

니나: 아하~

 

신랑: 한국말로 bear 는 뭐야?

 

니나: 곰

 

신랑: 그럴 줄 알았어.... 한국말은 뭐든지 콩이야....

 

니나: 곰이라구, 곰 !!!

 

신랑: 아, 콤? 조금 틀리네?

 

환장하겠다.

 

 

니나: 곰이야, 곰!!! 콤 말구 곰, 알았어? 곰, 곰, 곰!!

 

신랑이 들은 말: It’s 콤!!! Not 콤, but 콤, okay? 콤, 콤, 콤,!!

 

 

신랑이 한국말 배우기 전에 내가 속 터져 죽게 생겼다.

 

 

나중에 어떤 책에서 읽었는데 실제로 한국어의 ㄱ 발음은 단어의

 

앞에 올 때는 오히려 ㅋ에 가까운 소리가 난다고 한다.

 

생각해 보니 항상 쓰는 말이어서 몰랐는데 오히려 신랑 덕분에 내가 한가지 배운 셈이다.

 

신랑의 응용력은 생각보다 놀라운 데가 있다.

 

아마 외국인이라서 한국어의 기본에 아예 무지하다보니까 황당한

 

응용이 나오는 건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뭔가 응용을 하는 걸 보면 머리가 아주 나쁘진 않은 것 같다.

 

잘 생긴 것이 머리까지 좋아가지구서..... 퍽! (-_-;;)

 

 

 

 

-----Original Message-----

From: 박혜진

Sent: Thursday, November 15, 2001 1:15 PM

To: 유수진

Subject: RE: 내다~

 

젤첨에 보낸것두~~~ 이건 두번째꼬고~

 

-----Original Message-----

From: 유수진

Sent: Thursday, November 15, 2001 1:09 PM

To: 박혜진

Subject: RE: 내다~

 

 

응 요기

 

 

 

Lesson (1)

 

 

 

신랑에게 존대말을 가르치기로 했다.

 

한국말에서 가장 어려운 것은 아마 동사변형일 것이다.

 

생각해 보라. 먹다는 영어로 eat..... 변형이라 봤자 eat,

 

ate, eaten, have (had) eaten 정도이다.

 

한국말로 하면 먹다, 먹었다, 먹고 있다, 먹을 것이다, 먹었었다,

 

먹었니? 먹고 있니? 먹을 거니? 먹었을걸? 먹으려나? .... 등등등

 

끝도 없다.

 

거기다가 존대말...... 잡수셨다, 잡수실 것이다, 잡수셨나,

 

잡수셨니? 잡수셨어요? 잡수실래요?..... 나도 머리 아파서 못하겠다.....

 

(한국에서의 내 최종 학력은 중졸이다. 미국에 온 뒤론 국어를

 

배운 일이 없어서....)

 

 

우선은 쉽게 시작하기로 했다.

 

 

니나: Hi 하려면 "안녕" 이라구 하는 거야

 

신랑: 안냐~

 

니나: 잘 했어... 어른에게는 "안녕하세요"

 

신랑: 안냐쎄요....

 

니나: "안녕하세요," 그래야지

 

신랑: 안냐하쎄요

 

 

곧잘 따라 한다

 

니나: 쉽지? 그냥 하세요만 붙이면 돼

 

신랑: Okay

 

이번에는 대답을 가르쳐 보기로 했다

 

 

니나: Yes는 "응"이라고 하면 돼

 

신랑: 엉!

 

니나: 존대말일 때는 "네"

 

신랑: 네이

 

니나: No는 "아니야"라고 해

 

신랑: 안냐~ hi 랑 똑같네

 

니나: "아니야" 라구, "안녕"이 아니고

 

신랑: (손까지 흔든다) 안냐~

 

 

장난치는 폼이 벌써 공부하기 싫어서 싫증난 거 같다.

 

무섭게 나가 보기로 했다

 

니나: 공부하기 싫어서 그렇지?

 

신랑: 안냐 ~~ (-_-)

 

니나: 혼날래? 가르쳐 준 거 기억해? Yes 가 뭐야? 말해봐!!

 

신랑: 엉!

 

 

어, 잊었을 줄 알았는데 기특하게 대답을 한다

 

 

 

니나: 존대말로 해야지!

 

신랑: ...............

 

니나: 존대말로 뭐야?

 

신랑:............ I forgot...........

 

니나: 벌써 잊어버렸어? 혼나야겠네! 때치, 때치!! (-_-;;)

 

신랑: I, I know!!!!

 

니나: 말해봐!!

 

신랑: 엉 하세요! (-_-)

 

 

 

Lesson 2

 

신랑을 꼬셔서 한국말 수업을 듣게 했다.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저녁에 동네 고등학교 교실에서 여러 가지

 

외국어 수업을 하는데 나는 일본어, 신랑은 한국어를 택했다.

 

둘 다 한 학기를 수강하기로 하고 많진 않지만 수업료도 냈다.

 

결국 세 번 가고는 관뒀다. (-_-)

 

 

첫날 한국어 수업을 듣고 온 날이다.

 

신랑이 문을 열고 들어오자마자 시아버지가 반갑게 외친다.

 

 

시아버지: 만투쿡수!!!!! (-_-)

 

 

시아버지가 아는 유일한 한국말이다.....

 

한국 식당에서 파는 만두국수를 좋아하시기 때문에.....(-_-;;)

 

 

 

 

신랑: Hi dad.... 칼비!!!! (-_-)

 

 

신랑은 억지로 한번 웃어주며 갈비라고 맞받아치더니 부리나케

 

나를 끌고 방으로 들어가 침대에 앉힌다.

 

아니, 이 인간이 초저녁부터 밝히긴 .....

 

 

니나: 자기야~ 왜 그래, 벌써부터..... (*^^* 부끄...~)

 

신랑: 나 봐봐, 나 봐봐.... 나 오늘 이거 배웠어

 

니나: 뭐, 뭔데? (-_-)

 

신랑: 모리, 워케, 무럽, 팔, 무럽, 팔.... (-_-)

 

 

수업 시간에 신체 각 기관의 명칭을 배웠는데 선생님이 머리,

 

어깨, 무릎, 발, 무릎, 발..... 하는 노래도 가르쳐 주었다는

 

것이다.

 

율동도 하면서 신나게 자랑을 했다.

 

 

신랑: 잘 했지?

 

니나: 난 또 뭐라구....... 김 샜네......

 

신랑: 뭐?

 

니나: 아냐, 잘 했어... 근데 발이라고 해야지, 팔이 아니라

 

신랑: 봘....

 

니나: 그렇지, 그렇지.....

 

칭찬을 해 주었더니 갑자기 신랑이 팔짝 뛰어서 뒤로 돈다.

 

 

신랑: 이런 노래도 있어..... 모리, 오케, 무럽, 엉, 덩, 기~ 모리, 오케, 무럽...

 

니나: 엥? 뭐야 그게? 왜 엉덩이가 들어가?

 

신랑: 어떤 애가 butt 은 뭐냐고 물어봐서 선생님이 가르쳐줬어(-_-)

 

배우라는 건 마다하고 쓸 데 없는 거에 관심 많은 놈은 신랑 반에도 있나보다.

 

그걸 한번 듣고 외워와서 노래에 집어넣는 인간도 있지만 ..... (-_-)

 

그 날은 하루종일 신랑이 엉덩이를 찌르는 바람에 귀찮아서 혼났다.

 

신랑: This is 엉덩기, 엉덩기, 엉! 덩! 기! ~

 

니나: 남의 엉덩이 좀 그만 찔러!!!!!

 

신랑: 왜 그래!!!! 단어 외우는 건데!!

 

 

 

Lesson 3

 

 

 

 

신랑과 동물원에 갔다.

 

신랑은 동물을 무척 좋아한다.

 

한국으로 신혼 여행 갔을 때에도 에버랜드 가서 사파리하고

 

동물원 보는 걸 가장 좋아했었다

 

(자세한 내용은 신혼여행 일지 (8)- 에버랜드 편 참조.... ^^)

 

 

 

 

 

신랑: 저거 한국말로 뭐야?

 

신랑이 가리키는 것은 코뿔소였다.

 

니나: 코뿔소

 

신랑: 코뻘소우?

 

 

고불소가 아니라서 다행이었다.... ㄱ 과 ㅋ 가르칠 생각하면

 

노이로제 걸린다. (-_-)

 

 

니나: 수업시간에 nose 가 코라고 배웠지?

 

신랑: 응

 

니나: 뿔은 horn 이고 소는 Bull 같이 큰 동물이야... Cow도 되지만...어쨌든...

 

신랑: 그러니까 세 단어가 합해진 거로구나.....

 

니나: 그렇지!

 

 

조금 더 가니 코끼리가 나왔다.

 

 

 

신랑: 저건 한국말로 뭐야?

 

니나: 코끼리

 

신랑: 아, 코!! 코가 길어서?

 

니나: 응

 

신랑: 그럼 키리는 뭐야....

 

말문이 막혔다....

 

 

니나: 음.... 그건 말이지....

 

신랑: ?

 

니나: 음... 끼리는... 뭔가가 특별히 클 때 그냥 붙이는 거야....

 

대충 만들어서 말했다.

 

 

신랑: 아하...

 

그러더니 갑자기 손뼉을 딱 치며 음흉한 눈길로 나를 바라본다.

 

 

니나: 뭐, 뭐야.... 그 눈빛은..... 가슴 떨리게.....

 

신랑: You!

 

니나: 왜, 그렇게 박력 있게 불러...해 질려면 멀었는데...(*^^* 수둡~)

 

신랑: 넌 더 이상 콩이 아니야!!

 

니나: 그, 그럼?

 

신랑: You! 엉덩기 끼리!

 

니나: 뭐, 뭐?

 

신랑: 헤헤, 재밌다...... 모리, 오케, 무럽, 엉덩기 끼리~ 모리, 오케, 무럽... (-_-)

 

그 날 동물 구경은 하나도 못하고 도망다니는 신랑 잡느라 땀 뺐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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