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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헐거워짐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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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지종 [sjjbernardo] 쪽지 캡슐

2001-06-11 ㅣ No.6915

 

 

헐거워짐에 대하여

 

 

맞는다는 것은

단순히 폭과 길이가

같다는 걸 말하는 게 아닌가 봅니다.

 

 

오늘 아침, 내 발 사이즈에 맞는

250미리 새 구두를 신었는데

하루 종일

발이 그렇게 불편할 수 없어요. 맞지 않아요.

 

 

맞는다는 것은 사이즈가 같음을 말하는 게 아닌가 봅니다.

이제까지 신었던 신발은 조금도 불편하지 않았어요.

맞는다는 것은 어쩌면

조금 헐거워지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서로 조금 헐거워지는 것.

서로가 서로에게 편안해지는 것.

서로가 서로에게 잘 맞는 게지요.

 

 

이제, 나도 헐거워지고 싶어요.

헌 신발처럼 낡음의 평화를 갖고 싶어요.

발을 구부리면 함께 구부러지는

헐거운 신발이 되고 싶어요.

 

 

- 박상천, 문학 아카데미, <5679는 나를 불안케 한다>에서

 

 

 

"세상을 이기는 승리의 길은 곧 우리의 믿음입니다."(1요한 5,4)

 

주님 안에 사랑 담아 여러분의 벗 상지종 베르나르도가 띄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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