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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현주 [francheska] 쪽지 캡슐

2000-09-20 ㅣ No.289

 

      *   *   *

 

 

 

지하철을 타면 십자수를 놓는 사람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습니다.

 

복잡한 속에서도 열심히 손놀림하는 사람들.

 

아름답고 정성이 담긴 십자수는

 

그네들의 것이 아니라 사랑하는 이를 위한 선물이겠죠.

 

그네들을 보면서 어릴 적 읽은 동화가 떠올랐습니다.

 

<...백조 왕자들의 마법을 풀기 위해

 

필사적으로 옷들을 떴던 공주....>

 

또 종이장미 접기가 유행했을 때,

 

꽃방에 100송이를 예쁘게 접어 포장하러 오는 사람들도 많았습니다.

 

     

 

       *   *   *

 

 

 

그런데, 아시나요?

 

제가 말하는’사람들’속에 남자도 물론 포함된다는 것을.

 

 

 

전 반쪽이 운동가입니다.

 

치사하게 먹는 것에서 입는 것까지

 

남녀 차별을 둔 어머니에게 은연 중에 세뇌당해서인지

 

남녀 차별 타파를 부르짖으면서도 실전에는.....

 

# 그래서 애인 주려고 종이 장미 접은 남자가 오면

 

속으론, ’쪼존한 놈, 할 일이 그렇게 없냐? 돈 주고 사라 사!’

 

겉으론, "와, 정성이 대단하네요, 애인이 진짜 좋아하겠다."

 

# # 며칠 전, 한적한 지하철 안.

 

앞 쪽에 앉은 덩치 큰 남자를 유심히 보게 됐죠.

 

아니!

 

쬐맨한 핸드폰 줄 십자수를 열심히 놓고 있는 게 아닙니까?

 

속으론, -혀를 끌끌차며. -’니네 엄마도 아시냐?’

 

겉으론, 신선한 모습을 본 듯 미소를 지었습니다.       

 

     

 

      *   *   *

 

 

 

남자가 부엌 근처에만 가도 ..떨어진다고 질색했던

 

이 땅의 대다수 어머니들.

 

이젠 변해야겠지요.

 

남자는 남자다워야 하고,

 

여자는 여자다워야 한다는 말로 성을 구분하기 전에

 

우리는 먼저  같은 인간으로 인간다워야 합니다.

 

<...사랑하는 누이의 마법을 풀기 위해 백조 왕자도

 

옷을 뜬다...>는 동화에도 익숙해져야겠죠.

 

 

 

물론 반쪽이인 저도 변해야 합니다.

 

남편은 설겆이를 해도 되는데( 불확실한 미래 추측형 )

 

장가간 남동생이 막상 설겆이 했다는 말엔

 

민감해지는 요 야리꾸리한 맘뽀부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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