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영시리즈.6]소설-가을날의 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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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수 [nadoly] 쪽지 캡슐

1999-10-12 ㅣ No.714

"순자야........ 나.. 군대간다....."

 

   술에 잔뜩 취해서 야심한 밤에 절 놀이터로 불러 낸 무영(김매)이가 한 시간

 

   만에저에게 한말입니다.. 짜쉭.. 바보처럼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해서리 모래

 

   바닥에 나무가지로 낙서만 하고 있길래 몬소리를 하려나 했더니만 군대간다

 

   고 하네요.. 히히힛.. 앗 !!!!!!!  남자친구가 군대 간다는데 왜 그렇게 좋

 

   아하냐구요?  네.... 저에게 돌을 던져 주세요. 아니 바윗 덩어리를 던져

 

   주셔도 이번엔 꾹 참고 맞아 드리죠...히힛.

 

    "앗 ! 그렇구나 무영아.. 너도 군인 아죠씨 되는 거구나.. 흐윽..흑흑흑.."

 

   아~ 그동안 김매 녀석 땜에 포기했던 그 수많았던 소개팅과 미팅 껀수들.

 

   띨띨한 무영이 녀석과 보낸 쪼꼼은 아깝게 생각되는 그 시간들을 생각하니

 

   갑자기 눈에서 땀이 나던걸요. 히힛..   하지만 어쩌겠어요.. 어차피 그녀

 

   석은 낼이면 입영열차 타고 빱빠이~ 할거고 그 순간부터 전 저를 묶어놓았

 

   던 무영이의 사슬에서 풀려 맘껏 세상의 즐거움을 맛보겠죠..

 

 

 

   김무영(김매)... 그 녀석을 알게 된건 아주 오래전.. 유치원에 다닐때 였습니다..

 

   짜쉭.. 지금은 순진하고 착한 척하지만 알고보면 무지 치졸하고 사악한 녀

 

   석이에요..유치원 다닐 때 우린 같은 유치원에 다니고 같은 동네 살았기에

 

   서로 무지 친했죠.  왜 어릴땐 그렇자나요... 주로 동네 사는 꼬마들하고

 

   놀이터에서 그네를 타거나 고무줄 놀이하고 인형놀이 하고 그렇게 놀죠..

 

   제가 유치원에 다니던 그 어느날.. 그날도 전 무영이와 놀이터에서 그네를

 

   타고 놀고 있었습니다.. 그 때 였어요..

 

    "얏. 순자야....나 니 빤쯔 봤따..."

 

    "뭐얏...으왕왕왕왕~"

 

   그 당시 너무나 순진하고 겁이 많던 전 곰방 울음을 터트려 버렸어요.. 무

 

   영이가 제 빤쯔 색깔을 친구들한테 소문낼까 봐 너무나 겁이 났죠..  (사실

 

   지금 생각해보니 그녀석이 제 빤쯔를 봤다는 건 고짓말인거 같아요.....울

 

   엄마가 그러는데 전 어렸을때 빤쯔 안입고 돌아 다녔대요...히힛~)

 

   그때 무영이 녀석이 음흉하게 웃으며 저에게 말했죠..

 

    "이 담에 커서 나한테 시집온다고 약속하믄 소문 안낼게"

 

   너무나도 순진한 저는 그만 새끼 손가락을 걸고 약속해 버리고 말았어요..

 

   햇살이 너무나 눈부셔서 눈을 뜰수 없던  가을날이었죠...

 

   햇님과  지나가던 새들이  지켜보던  놀이터에서 울고 있는  한 꼬마 여자아

 

   이가 한 꼬마 남자 아이하고 손가락을 걸고 작은 약속을 한거죠..

 

 

 

   그 오래전의 그날 이후 전 무영이의 사슬에서 풀려본 적이 없어요.

 

   으 ..  정말 튼튼한 사슬이었죠.. 이젠 녹슬때도 된거 같은디.. 이자식은 어

 

   떻게 된 놈인지 내 뒷조사만 하고 다니나 봐요.. 내가 어디를 가도 쫓아오더

 

   라구요.. 앗, 든든하고 확실한 남자친구가 있어서 좋겠다구요? 으..좋긴요..

 

   제가 얼마나 불쌍한대요. 남들은 대학에 들어와서 소캐팅이다 미팅이다 신나

 

   서 룰루랄라~ 하는데 전 언제 어디서 무영이가 불쑥 나타날지 몰라 겁이 나서

 

   아무대도 나가지 못한다니까요.. 어쩔땐 이런 생각도 했어요..

 

    "김매.. 그 녀석은 진정 바보였덩가?"

 

   사실 내가 미모가 출중하긴 하지만(흐흐..) 어렸을때 못볼거 안볼거 다보고

 

   자란 제가 모가 그렇게 좋다구요. 가끔 눈꼽도 떼지 않은 얼굴로 김매네

 

   집에 놀러가기도 하고 길가다 갑자기 쉬를 하고 싶어지면

 

    "야!!!  망때려~"

 

   하고 잔디밭에서 몰래 쉬를 하고 나오는 제가 모가 좋다는건가요?

 

   단순한 집착이라는 생각도 들었죠.. 어쩜 너무나 착한 녀석이라서 어린시절

 

   지나가며 하는 약속이었지만 약속을 꼭 지켜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인지도

 

   몰르죠..  하지만 중요한건 전 무영이를 친구 이상으로 본 적이 절대 없다는

 

   거죠. 무영이는 그냥 제게 있어 좋은 친구일 뿐이죠.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그런디..그 녀석이 허구헌날 제 주변에서만 빙빙도니 친구들은

 

   우리가 정말 부부라도 되는 줄 알고 저에겐 소개팅도 안시켜죠요.. 저 무지

 

   불쌍한거 맞죠?

 

   그러니 제가 무영이의 입대 소식을 듣고 이렇게 기뻐할수 밖에요.

 

   드뎌 이젠 날 꽁꽁 묶고 있던 사슬에서 풀려서 신나게 소개팅도 하고.. 나이

 

   트 가서 부킹도 하고.. 흐흐흐..생각만 해도 정말 기뽀요~

 

    "순자야.. 잘 지내...행복해야 해.."

 

    "응. 너도 건강해야 해.."

 

   (혹시라도 니가 아프거나 죽거나 하는 일이 생긴다면 괜히 내가 벌받은 기분

 

   들잖니..흐흐.)

 

   그렇게 무영이는 눈물을 글썽이며 나의 행복을 빌어주고 떠났습니다..

 

   (따쉭..그래 난 행복하마.. 흐흐흐)

 

 

 

   그리고 얼마뒤 전 잘 알지도 못하는 선배언니를 졸라 소개팅을 하게 되었습

 

   니다.. 그 언니도 잘은 모르지만 무지 근사하다고 소문난 남자라고 만나기

 

   전에 살짝 귀띔을 해주더군요..

 

    "안녕하세용~ 호호호..전 왕순자예요..호호호"

 

    "네 순자씨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전 이성준이라고 합니다.. "

 

   (오우~ 몸매만 근사한 줄 알았더니  목소리는 더 쥑이네.)  

 

   소개팅으로 만난 성준 씨의 외모와 자동차는 훌륭했습니다...앗.. 절 돈만

 

   밝히는 여자로 보지 말아 주세요.하지만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라고 이왕이면

 

   잘 생기고 거기에 돈도 많은 사람이 좋잖아요. 호호호..더구나 성준씨는 외

 

   모와 자동차만 근사한게 아니라 매너도 왕매너 더라구요..

 

   그 뒤 성준 씨와  저는 자주 만났어요.. 성준씨는 항상 나에게 뭔가 선물하는

 

   걸 좋아했죠.. 비싼 프랑스제 향수와 아르마니 청바지를 사주기도 했어요..

 

    "난 순자가 너무 귀여워... 그래서 뭐든지 순자에게 주고 싶어.."

 

   성준씨는 항상 그렇게 말하곤 했죠..(호호호..성준씨는 눈도 높은가 봐~)

 

   무영이를 만날때 그 녀석은 한번도 나한테 변변한 선물을 한 적이 없었어요..

 

   20살 내 생일 때였던가..  정말 촌스러운 가짜 은반지 어디서 하나 주워와서

 

   내 손가락에 끼워준 적도 있어요.. 그리고는 그 자식이 그 반지를 끼워주며

 

   저에게 한말이 기억나네요..

 

    "이 반지 가짜다..근데 순자 손가락은 이뻐서 가짜 껴도 이뿌다..나중에

 

     돈 벌면 정말 좋은거 사줄게.."

 

   허구헌날 돈벌면 좋은 거 사준다느니.. 좋은 곳 데려간다느니.. 그 녀석이

 

   돈벌기 기다리다가 저 늙어 죽으라구요? 같은 남자라면 내가 원하는거 사주고

 

   근사한 곳 데려가 줄수 있는 성준씨가 전 좋았어요..

 

    "순자...오늘은 어디가고 싶어?"

 

    "음...그럼 우리 나이트 가요...근사한 곳으로.."

 

   전 전부터 가고 싶던 호텔 나이트를 가자고 했어요..

 

   전에 내가 잡지에서 새로 오픈한  xx호텔 나이트가 물이 무쟈게 좋다는 말을

 

   듣고 무영이한테 우리  함께 가자고 그런 적이 있었죠..그 뒤  무영이가 아

 

   르바이트 월급 받았다며 나이트 가자고 하더라구요.. 전 잔뜩 기대하고 온갖

 

   멋 다부리고 나갔죠..그런데  그 녀석 입구에서 기본  가격이 얼마나 나오냐

 

   고 묻더니 십만원 조금 넘는다고 하니까 내 손잡고 도망치듯 나오더라구요..  

 

   그리고 아죠씨 아줌마들만 잔뜩 있는 나이트인지 캬바레인지 모를 삼류 나이

 

   트 월드컵에 데려가서 문닫을때 까지 혼자 두 팔 높이 들고 방방 뛰면서 춤춰

 

   서 제가 얼마나 쪽팔렸었는데요..

 

 

     "좋지..... 그렇지 않아도 애들이 요즘 왜 안 놀러오냐고 그러던 걸..."

 

   성준씨와 함께 호텔 나이트에 들어갔더니. 이건  웨이터들이 줄을 서서 인사

 

   를 하고 그러더라구요..   전에 무영이와 함께 갔던 삼류 나이트 월드컵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화려한 조명 아래서 성준씨와 근사하게 블루스도 추었어요..  

 

   그 날도 성준씨는 다른날과 다름없이 집 앞까지 나를 태워다 주었고 친절히

 

   차문도 열어 주었습니다. 그리고 성준씨가 저에게 말을 하더군요..

 

    "순자.. 정말 난 순자를 좋아하나 봐......"

 

   오호~  나도 성준씨가 좋아요....

 

   라고  말을  하려던  그 때였습니다  ..

 

    "야 !!!!!!!!!!! 이 나뿐 새끼야 !!!!!!!!!!!!!!!!!!!!!!!!!!!!!!!"

 

   어디선가 어떤 여자가 갑자기 성준씨한테 달려오더군요..

 

    "오냐~ 너 이제서야 만나게 되는구나..!!!!!!!!!!!!!

 

     너 만날라구 내가 이곳저곳 안 뒤져본 곳이 없다..  오호~ 요즘 새로운

 

     상대는 이 아가씨인가 보지? 이봐... 아가씨 정신차려...여기 이새끼.

 

     아주 나쁜 사기꾼에다가  카사노바야.. 순진한 여대생들 꼬셔서 데리고

 

     놀다가 친해지면 신용카드 훔쳐서 달아나는 미친놈이지."

 

   제 귀에 들려오는 믿을수 없는 말들와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믿을 수 없

 

   는 일 들에 전 너무나 놀랐습니다...

 

    "아니..뭐 이런 미친년이 다 있어?"

 

   성준씨의 말에 그 여자는 더 미친듯이 소리를 질러댔고 그 소리에 동네 사

 

   람들이 하나둘 밖으로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온갖 상스러운 욕을 성준씨

 

   에게 그  여자는 펴부어 댓고.. 성준씨도 그에 못지 않게 그 여자에게 욕을

 

   해대고 있었어요...그리고 조금 후 경찰이 두 사람을 데리고 감으로써 그

 

   소란은 마무리가 되었습니다..

 

   전 모든게 꿈만 같았어요.. 성준씨가 그런 사람일 리가 없는데..

 

   그동안 저에게 해준 친절과 웃음이 다 거짓이었다니.....정말 믿을 수가

 

   없겠더라구요....

 

   그리고 다음날 내가 알던 성준씨는 김팔봉이라는 본명으로 신문의 한구석을

 

   차지했습니다..

 

     "여대생들 대상으로 신용카드 사기치던 카사노바 김팔봉 구속 !!!"

 

   헉..   어떻게 이럴수가 있단 말입니까..까딱했으면 큰일을 당할 뻔 했다니

 

   생각만해도 .......

 

   지난 일들을 생각해보니 정말 화가 나더라구요..성준씨가 날 속인거보다  

 

   성준씨가 순수하게 날 사랑했다고 믿었던  멍청한 제 자신이 너무 싫었고..

 

   미웠습니다.

 

 

 

   그 날 배신감과 놀라움에 지친 몸을 이끌고  집으로 돌아와보니 제 책상위에

 

   한통의 편지가 놓여져 있었습니다..

 

    "순자..에게.......

 

     언제 거둬갈지도 모르고. 언제 너에게 보내질지도 모르는 훈련소에서..."

 

   매일매일 일기처럼 써서 보내온 두툼한 무영이 녀석의 편지였어요...

 

    "순자야...보고 싶어..................................................

 

     ....................................................................

 

     ....................................................................

 

     ....................................................................

 

    요즘 내가 남들이 다 힘들어 하는 훈련소 생활을 내가 웃으면서 할수 있는

 

    건 어딘가 같은 하늘아래 순자 네가 웃고 있을거라는 생각 때문이겠지..

 

    난 요즘 네 생각을 하주 많이 해.. 우리의 지난 일들이 머찐 한편의 흑백

 

    영화처럼 내 머릿 속을 지나가기도 하고... 잠을 자면서도.. 뛰면서도...

 

    밥을 먹으면서도...  네 생각을 해....너무나 보고 싶어...  순자야....난

 

    이제 시작인데... 아직 멀었는데..... 네가  날  기다려 주길 바란다면 욕

 

    심이겠지.... 하지만 순자야....그거 아니?  난 널 만나기 위해 이세상에

 

    태어난거 같아....혹시라도 네가 날 떠나더라도 난 널 원망하지 않고 조용

 

    히 세상 한 곳에 남아 널 사랑하는 마음만 간직하고 살게....

 

    난 아직도 잊지 못해....어린 시절  우리의 그 약속을....

 

    후후...지금까지 한번도 너에게 못한 말이 있어... 사실 마음속으로는 무

 

    지 많이 한말인데....... 순자야...사랑해......"

 

   거기 까지 읽었을때 무영이의 편지는 이미 제 눈물로 다 젖어있었어요..

 

   바보 같은 녀석.... 왜 날 울리는 거야...

 

   그리고 그제서야 전.... 비로소 알 수 있었습니다....

 

   제가 무영이를 생각하는 마음은 우정이 아닌 사랑이라는 것을 요...  

 

   내일은 논산행 기차를 타고 무영이를 만나러 가야겠습니다...

 

   내일이 무영이의 퇴소식 날이거든요....

 

   그리고 무영이와 다시 한번 햇살이 눈부신 가을 하늘 아래서 손가락 걸고

 

   약속을 할거에요...

 

   이제 영원히 나도 널 사랑할 거라고....     

 

 

 

 

 

 

   P.S.//  이 글도 역쉬 어디서 퍼다가 약간 수정한 글이랍니다.....

           

           글을 읽다보니 군에간 친구들과 후배들이 생각나더군요...

 

           제 친구들과 후배들이 모두 건강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글을 올립니다..

 

           잼있으면 추천해주세요........ 0((. .))0

                                          (( 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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