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북한관련

여보게, 저승갈 때 뭘 가지고 가지 / 석용산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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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병규 [vegabond] 쪽지 캡슐

2008-08-14 ㅣ No.7299

 

<금강경>에 범소유상 개시허망 약견제상비상 즉견여래(凡所有相

皆是虛妄 若見諸相非相 卽見如來)라는 시구가 있다.

무룻 모양 있는 모든 것은, 언젠가는 부서지고 마는 헛된 것이니,

그 모양이 영원하지 않은 이치를 알면, 부처의 세계를 보게 된다는 말이다.

영원히 살 것처럼 쌓고 뺏고 모으며,

탐착하는 우리들에게 그러한 삶이 덧없음을 일깨우고,

허상에 끄달리지 않는 인생을 살게 하려는 금구의 말씀이다.

나이 들수록 새겨 보며, 내 욕심스런 사고들을 헹궈 내는, 샘물 같은 말씀이기도 하다.

진정 영원한 모습이 있을 리 없다.

지금 숨을 쉬고 있는 사람들 중, 백년 뒤 이 땅에 남아 노래 부를 이 몇이나 될까?

눈가에 지는 세월의 흔적을 거울 속에 들여다보면서도,

나는 늙지 않을 거라고 꿈을 꾸는 우리! 그러나 분명 깨야할 꿈인 것을 ......

늙고 병들고 죽어가는 모습을 바로보고 긍정할 수 있을 때,

우린 좀더 진실된 삶을 살다 가지 않을까?

숱한 아픔과 갈등, 사랑과 미움을 세월 너머 보내면서 배운 게 있다면, 

앞에 놓인 실존마저도 허상이요 한판 꿈이라는 것!

그 사실을 철저하게 인정할 수 있는 용기가 생길 때,

현실의 허상들마저도 끄달림없이 사랑 할 수 있는, 참된 가슴이 열리더라는 것!

현실 부정의 논리가 아니라 현실을 바로 보므로, 

무상하고 허망한 것들에 매달리지 않고, 

좀더 자유롭고 여유 있게 살아 가게 되는 것이 아닐런지......

여보게 도우(道友), 저승갈 때 뭘 가지고 가지?

솔바람 한 줌 집어 가렴! 농담말구!

그럼 댓그릇 한 자락 묻혀 가렴!

안그럼, 풍경 소릴 들고 가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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