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곡동성당 게시판

오늘도 십자가를 세우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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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진 [petrojin] 쪽지 캡슐

2004-04-10 ㅣ No.3190

십자가상에 처참한 몰골로 달려 계신 주님을 볼 때마다 드는 생각이 있습니다.

힘없이 돌아가신 예수님을 내가 너무 힘주어 이야기하고 있지는 않은지... 오버해서 너무 힘을 주어 내 생각을 전개하고 있지는 않은지...

하지만 오늘도 전 할 수 없이 또 한번 힘주어 얘기할 수밖에 없네요...

전 어쩔 수 없는 신부니까...

패션(열정? ㅋㄷㅋㄷ) 오브 크라이스트에 나오는 그 수난을 내가 몸소 당하라고 그런다면 전 저의 빠른 걸음으로 제일 먼저 달아났을꺼예요...

 

그래서 우리는 죽을때꺼정 십자가상에 힘없이 매달려 계신 당신을 계속 바라보며 묵상해야 되나봐요. 그래야 십자가를 통한 죽음과 부활의 깊은 뜻, 그 신비를 알 수 있겠지요.  

 

주님의 수난과 죽음은 2000년 전 한 번 일어났던 사건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형태는 달리하지만 오늘날에도 계속됩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기는 바로 지금 여기 우리가 사는 세상의 이야기입니다. 우리는 오늘도 십자가를 땅에 꽂고 주님을 매달고 있습니다. 그리고 외칩니다. "십자가에 못 받으시오!" 그 중에 하나는 나일 수 있습니다. 부끄럽지만 그게 나일 수 있습니다.  

십자가에 붙은 'INRI'라고 하는 예수님의 이름표는 예수님을 모함하고 죽이려던 자들에 의해 붙여진 직함이었지만 그것은 분명 임시번호판이 아니라 영영세세 변함이 없는 진짜 직함이 될 것입니다. 제 자신의 죄를 걸머질 무죄한 속죄양을 원하고 있는 한...

 

마음을 다하고 생각을 다하고 힘을 다해서...

더 사랑할 수 없어 고독해질 정도로 사랑해 보았는가?

십자가에서 당하신 그분의 외로움과 고독은 우리를 사랑한 대가였으리라.

우리에게 퍼주신 그 사랑의 대가가

비웃음과 조롱뿐이었음에도 십자가에 오르신 위대한 '사랑'이여.

그 '사랑'을 보고 바보라고 손가락질하는 사람은?

정말 누가 바보인지를 분별할 수 있는 그런 세상이 된다면야....

예수님께서 매일같이 우리를 위해서 죽으실 필요가 없겠지요?

 

십자가에 달리신 주여, 제 가슴을 때려주소서

밤낮 없이 나를 애타게 기다리시는 주님을 잊고 사는 제 가슴을 때려주소서

당신이 죄인을 사랑하시느라 피 흘려 숨져 가신 것조차 기억치 못하며 사순절을 다 허비하는 제 가슴을 때려주소서

나는 채워지지 않는 욕망 때문에 울고 당신은 나를 구원하시기 위해 울고 계십니다.

죄로 덮인 제 가슴에 구멍이 나서 당신의 눈물이 고이면 제 가슴 향기 가득하오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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