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일반 게시판

내 친구 루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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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숙 [zenobiak] 쪽지 캡슐

2000-06-03 ㅣ No.597

 안녕! 루시아.

오랫만에 듣는 네 음성,너무나 반갑구나! 너희 네 식구가 인도네시아로 간 지가 벌써 4년 쯤 돼 오나봐? 처음 갈 때 5년 정도 예정하고 떠났길래 머쟎아 만나 실컷 회포를 풀 수 있으려니 했는데 예정보다 귀국이 늦어질 계획이라니 너무 서운하고 안타깝다.

빨리 한국으로 돌아왔으면 좋겠다. 아직도 우리 수다는 끝나지 않았잖니?

용재 아빠 사업이 그럴 수 밖에 없는 일이라니 어쩔 수 없지만....

루시아, 생각나니? 우리 고등학교 시절. 그 땐 어찌 그리 할 얘기가 많았는지 쉬는 시간이면 쪼르륵 복도에서 만나 끝도 없이 재잘재잘 대곤 했었지? 너무 붙어 다녀 다른 애들이 샘을 낼 정도였으니 말이야. 우리들의 열일곱, 열여덟엔 무슨 그리 흥분할 일도 재미난 일도 많은 거였을까? 세상이 끝난 것처럼 흥분하다 배를 잡고 대굴대굴 웃기도 하고, 엄청나게 진지해져서 세상 근심걱정 모두 떠 안고 다니던 시절 아니었니?

스무 살 시절에도 서른 살 시절에도 넌 내 곁에 아주 좋은 편안한 친구로 함께 있어 주었었는데. 함께 아파하고, 함께 고민하며, 함께 나누었던 시간들이 아직도 우리 가슴 한 편에 그대로 남아있쟎아?

그 함께 했던 시간들을 한 자락 한 자락 펼쳐 내면 시간 가는 줄 모를텐데, 국제 전화로 몇 마디 나누는 것으로는 늘 아쉽구나.

어떤 사람이 그러더라. 여자들의 수다는 보약이라구. 정말 그런 것 같아. 짧게나마 너와 이야길 나누고 나면 갑자기 온몸에 힘이 나거든. 윤수 아빠는 늘 한번 네게 다녀오자고 하지만, 실은 이런저런 이유로 내가 나서질 못하는 거란다. 오늘 네 전화 받고 보니 정말 올 여름에는 꼭 한번 다녀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용재도 벌써 고등학교 2학년이지.  그리구 희주는 중학생 되었겠구.  네가 이 글 읽을 수는 없겠지만, 좋으신 주님께서 내 마음 네게 전해 주시길 빌며 이만 줄인다. 아무쪼록 건강에 유의하고 아이들 잘 건사하고 내조 잘 하렴.

              주님의 평화를 빌며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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