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강론

성녀 체칠리아 동정 순교자 기념일 ’22/11/22 화요일

인쇄

심흥보 [peters1] 쪽지 캡슐

2022-11-02 ㅣ No.5212

성녀 체칠리아 동정 순교자 기념일 ’22/11/22 화요일

 

체칠리아 성녀는 로마의 귀족 가문 출신으로, 어린 시절부터 독실한 신앙인으로 자랐습니다. 성녀의 생존 연대는 정확하지 않으나 260년 무렵에 순교한 것으로 전해지며, 박해 시대 내내 성녀에 대한 공경이 널리 전파되었다고 합니다. ‘체칠리아라는 말은 천상의 백합이라는 뜻으로, 배교의 강요를 물리치고 동정으로 순교한 성녀의 삶을 그대로 보여줍니다. 흔히 비올라나 풍금을 연주하는 모습으로 그려진 체칠리아 성녀는 음악인의 수호성인으로 공경받고 있습니다.

 

예전에 그리스 터키 성지순례를 다녀온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막상 가 보니, 웬 들판에 뒹구는 돌멩이 하나에 새겨진 십자가 표식이나, 논두렁 밭두렁 한구석에 처박혀있는 주춧돌 같아 보이는 바윗덩어리 하나에 새겨진 십자가를 가리키며 이것이 성전 터로 추정되는 곳입니다.”라는 설명을 듣게 됩니다. 사도행전의 구절구절 속에 면면히 흐르는 사도 바오로의 선교 열정이 엿보이고 요한의 교회라고 일컬어지는 터키 그리스 지역에서 지금은 다 사라져 버린 교회의 흔적을 바라보면서 생각에 잠기게 됩니다. ‘무엇 때문에 교회가 이렇게 흩어져버리게 되었는가?’ ‘그분들은 어떻게 사셨기에 이렇게 흔적도 없이 산산이 무너져 버렸는가?’

 

예수님께서는 오늘 복음에서 성전을 보며 감탄하는 이들에게 말씀하십니다. “너희가 보고 있는 저것들이, 돌 하나도 다른 돌 위에 남아 있지 않고 다 허물어질 때가 올 것이다.”(루카 21,6) 이어서 또 너희는 속는 일이 없도록 조심하여라. 많은 사람이 내 이름으로 와서, ‘내가 그리스도다.’, 때가 가까웠다.’ 하고 말할 것이다. 그들 뒤를 따라가지 마라.”(8) 라고 이르십니다.

 

언제 어떤 상황에서도 많은 성직자 수도자 평신도 지도자들은 변화하는 세파에 맞서 교회를 지키기 위해 갖은 노고와 수고를 아끼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런데 어느 교회는 사라졌고, 어느 교회는 살아남았습니다. 주님의 섭리와 안배가 작용한 결과이기도 하지만, 각자가 처한 당시 상황에서 개별 교회는 서로 다른 방식으로 위기를 맞이하고 서로 다른 대응에 따른 결과를 빚습니다.

 

과거는 오늘이고 오늘은 미래라는 말이 있습니다. 우리의 오늘이 내일입니다. 오늘의 우리에게는 어떤 문제가 있고, 어떤 어려움에 직면해 있으며, 어떻게 대응하고 있습니까? 어제의 영화에 취해서 오늘의 위기를 망각하고 하느님의 은총만을 기대하며 그 은총만을 까먹으면서 산다면, 언젠가 우리도 뒹구는 먼지가 될지 모릅니다. 나의 열정과 노력에 의해서가 아니라, ‘미래의 어느 순간이 되면 자연히 좋아지겠지!’ 하며 주위의 변화만을 기대하며 무임승차하고자 한다면, 그나마 내 것이라고 여기며 누리고 있는 것마저 사라질 것이며, 우리가 기대하는 우리의 미래가 거꾸로 우리에게 어둠과 혼란을 안겨줄지 모릅니다.

 

굳건한 신심과 신앙의 기초 위에 우리의 선교 열정과 복음화의 노력을 기울입시다. 오늘 우리 교회라는 연못에 나날이 줄어드는 물을 채우고, 변화하지 않고 고여 있는 채로 하루하루를 미루다가 썩어나가지 않도록, 복음이라는 거울과 나침반에 의지하여 충실하고 진솔하게 노력하며 선교와 복음화를 이루어나갑시다. “믿음에 실천이 없으면 그러한 믿음은 죽은 것”(야고 2,18)이고, 우리의 실천은 죽음을 이기고 부활하신 주님을 향한 믿음에서 피어나는 선교와 복음화입니다. 그리고 그 선교와 복음화를 이루는 우리 믿음은 사랑의 모습으로 드러납니다. 서로 하나된 마음으로 사랑합시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24 0

추천 반대(0)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