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북한관련

형식적 사과방송으로는 설득력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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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병규 [vegabond] 쪽지 캡슐

2008-08-14 ㅣ No.7300

[사설] 형식적 사과방송으로는 설득력 없어 [중앙일보]

 

MBC가 ‘PD수첩’의 광우병 1, 2편 보도에 대해 사과방송을 내보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시청자에 대한 사과’ 명령에 따른 문구를 방영하고 “시청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미국산 쇠고기, 광우병에서 안전한가’편 방영 이후 106일 만이다.

하지만 MBC의 이 같은 조치는 해당 프로그램이 우리 사회에 끼친 해악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미국산 쇠고기를 먹는 것은 광우병에 걸려 비참하게 죽을 위험을 받아들이는 것이라는 보도는 얼마나 충격적이었는가. 한국 사회가 비이성적인 광우병 공포에 휘말리게 한 주범이자 그 후 넉 달간 정국을 소용돌이치게 하고 서울 도심을 마비시켜온 촛불시위의 시발점이자 기폭제가 아니었는가. 실상은 동물학대 고발 영상을 광우병 소 도축 장면으로 단정하고 미국 내 사망자의 인간광우병 의혹을 부풀린 데 불과한 것이었는데 말이다.

하지만 사과방송은 방송통신심의위의 명령을 타율적으로 이행한 데 불과할 뿐 스스로 반성하는 진정성은 없었다. 엄기영 사장의 간부회의 발언도 이를 뒷받침한다. “대승적으로 수용하기로 했다” “결과적으로 국민건강과 공공의 이익에 기여했다고 평가한다”니 이것이 반성인가.

게다가 MBC는 ‘PD수첩’에 대한 법원의 정정·반론보도 판결에 승복하지 않고 항소할 뜻을 비치고 있다. 명예훼손 혐의에 따른 검찰의 자료제출 및 출두 요구에도 불응하고 있다. 사과방송이 악화되는 여론을 일시적으로 모면해 보려는 미봉책에 불과하지 않은지 의심하는 이유다.

이와 함께 개탄스러운 것은 노조와 일부 PD에게 휘둘리는 MBC의 내부다. 경영진이 결정한 사과방송도 본사에서 방영하지 못하고 자회사에서 송출한 영상을 본사가 중계하는 방식을 취했다. 노조원들이 주조종실 앞을 지키고 있었기 때문이다. 노조는 사장 퇴진투쟁을 벌이겠다고 나섰고, 예능제작국 PD들은 항의 농성을 시작했다.

이제 엄기영 사장과 경영진에게 요구한다. PD수첩의 잘못과 그것이 끼친 해악을 낱낱이 고백하고 통렬히 반성하는 별도의 프로그램을 방영하라. 언론으로서 가장 기초적인 사실보도의 원칙을 정면으로 어긴 ‘PD수첩’ 제작진은 전보 발령이 아니라 징계를 하라. 노조와 일부 PD보다 국민과 시청자의 목소리를 중하게 받아들이고 저들의 이익이 아니라 공익을 우선으로 정책을 결정하고 강력히 집행하라. MBC가 공영방송으로서 제자리에 서려면 언론의 정도를 걷는 길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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