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유골 자유 게시판

[복음묵상]여러분 가운데서 크게 되고자 하는 사람은...

인쇄

심규태 [gwingsun] 쪽지 캡슐

2000-03-01 ㅣ No.369

세상을 이기는 승리의 길은 바로 우리의 믿음입니다. 1요한 5, 4

 

드디어 예수님은 제자들을 데리고 예루살렘으로 올라가십니다. 일주일 남은 사순을 준비하기 위해서이지요. 사순이 없다면, 십자가와 구원도 없을 것이고, 그러면 우리가 이렇게 하느님 안에서 만날 수는 없었을겁니다.

 

저는 지방에서 태어나 11년을 살았습니다. 목욕탕에 가려면, 버스로 한시간을 가야 하는 곳이었지요. 겨울에는 비료자루 눈썰매를 타고, 여름엔 집앞 개울에서 물놀이하고, 가재 잡아서 라면 끓여먹으면서 놀았습니다.

그곳 사람들은, ’언젠가 서울 올라가서 살아보리라’ 하는 꿈을 갖고 살고 있답니다. 저희 집도 마찬가지였고, 결국은 서울에서 살고, 제가 서울에서 학교를 다니게 되었습니다. 시골 사람들에게, ’서울’은 그냥 버스타고, 기차 타고 맘대로 왔다갔다 하는 데가 아니라, "올라가야" 하는, 수학여행 때나 구경해볼 수 있는 곳이었습니다. 지금도 저는, 버스 타고, 지하철 타고 여기저기 다닐 수 있다는 게 너무 기특하고 자랑스럽습니다. 서울 사람들, 부모님께 감사드립시다...

 

예수님도, 지방 순회공연을 마치고, 세번째 예고편을 보여주신(인자는 대제관들과 율사들에게 넘겨질 것입니다. 그러면 그들은 인자에게 사형을 선고하고... 그러나 인자는 사흘 후에 다시 살아날 것입니다) 후 마지막 콘서트를 위해 예루살렘으로 가십니다. ’아니, 예수님이면 하느님 아들인데, 예루살렘까지 가느라 시간낭비할 것 없이 아무데서나 십자가에 못박혔다면, 구원이 며칠 앞당겨졌을 것이고, 최소한 수백만명은 하늘나라에서 영원한 생명을 누릴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지만, 예수님은 상식을 저버리지 않는 분이십니다. 아직 예수님의 뜻을 깨닫지 못한 많은 사람들을 당황시키지 않기 위해, 굳이 예루살렘으로 올라가십니다. 솔직히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왜 예루살렘인가. 왜 가톨릭인가. 왜 서울인가. 왜 서울대인가... 간판이 내용을 결정짓는 사회가, 참 싫습니다. 하지만, 예수님이 그러셨듯이, 저 역시 상식을 저버리지 않는 사람이 되리라 다시 결심해 봅니다.

 

"여러분 가운데서 크게 되고자 하는 사람은 여러분을 섬기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이렇게 글을 올리는데, 가장 걸림돌이 되는 말씀입니다. 사실 이런 말씀이 복음에 없었다는 듯이 넘어가고 싶었지만, 양심의 소리를 이길 수 없더군요.

아무것도 아닌 제가, 기도도 열심히 하지 않고, 묵상도 안하는 제가 이렇게 매일매일 말도 안되는 글을 ’묵상’이랍시고 게시판에 올려놓는 것이, 참 부끄럽습니다. 처음 생각은 그런게 아니었는데...

 

저는 신학교에서 2년을 살았습니다. 지금은 다른 대학교를 다니고 있지만, 한때 신학생이었다는 것이, 제 개인적으로는 참 자랑스럽고, 신학생으로 살아온 몇년의 추억이 무척 좋습니다. 특히, ’어느 정도’는 내 일상에서 예수님을 생각한다는 것이 좋았고, 이런 느낌을 놓치기가 싫어서 생각한 것이, ’강론하는 기분으로 게시판에 글을 올려보면 어떨까’ 하는 거였습니다 -건방진 놈-.

 

제가 신부님이 되면 해보고 싶었던 것이 몇 가지 있었는데, 그 중 하나가 ’재미있고 유익한 강론을 하자’ 하는 거였습니다. 신학교 그만둔다고 해서 딴사람 되는 것도 아니고, 언젠가 한번 해보고 싶었던 일이기에, 일기쓰는 기분으로 써나가기 시작했고, 글 제목이 돈 버는 사이트 광고 글 같아 아무도 신경 쓰지 않으리라 생각했는데, 글 올리는 사람이 별로 없어서 게시판에 제 이름이 너무 많이 올라와서 티가 많이 나는 것이 부끄러웠고, 의외의 반응에 무척 놀랐습니다. 무척 부담이 되었고, 그만둘까 생각도 했지만, 이왕 시작한 거 제대로 해봐야지 하는 생각도 들었구요, 제가 느끼는 선에서 제 느낌을 표현하고, 이 글을 읽는 여러분들과 나눠 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최대한 제 개인적인 얘기는 자제하고, 제가 알지 못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으려 했는데, 이미 이렇게 제 얘기를 해버렸고, 잘난척하는 기분이 들 정도로 어려운(?) 얘기를 주저리주저리 늘어놓는 것 같아 창피합니다.

 

... 너무 많은 얘기를 해버린 것 같군요... 어쨌든 제가 하고 싶은 얘기는, 절대 잘난척 하려고 글 올리는 게 아니라는 겁니다.^^ 앞으로, 정말 묵상 많이 하고, ’나눌만 한 얘기다’ 하는 생각이 드는 말만 하겠습니다.

 

기도 안에서 만납시다.

 



24 0

추천 반대(0)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