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희동성당 게시판

아름다운 가나안 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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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연 [soyeonk] 쪽지 캡슐

2000-03-30 ㅣ No.1249

얼마전에 제가 올린 글(혹시 나도 수탉이 아니었나?)에 이어지는 내용입니다. 같은 책에서 발췌했거든요. 오늘은 제가 감동받은 가나안 여인의 모습을 올려보려 합니다. 그동안의 소심했던(주님 앞에서) 제 모습을 반성하면서요.... 오늘은 눈이 부시도록 찬란한 햇빛에 감사하며... :-) 하느님께서는 우리에게 희망을 가르쳐 주시기 위하여 우리의 꿈을 끊임없이 속이신다. 그분의 비범한 관용은 그분에게 가까이하는 자들을 당황케 한다는 것은 조금도 이상한 일이 아니다. 그들은 소심하고 하찮은 요구를 지니고 가기 때문에 처음에는 거의 언제나 기다리게 된다. 당신은 복음을 읽는 가운데 주께서 당신께 청한 기적을 언제나 거절하심으로써 시작하신다는 것을 알아챈 일이 있는가? 이것은 우리의 기도가 가끔 결실을 맺지 못한다는 인상을 굳혀 준다. 그러나 흔들리지 않고 끝까지 항구하는 자들에게 마지막에는 늘 상급을 주신다는 것도 당신은 알아차렸는가? 가나안 여자는 이에 대한 한 예를 제공한다. 그 여자는 딸의 병이 치유 되기를 애원하면서 이렇게 큰소리로 외쳤다. "다윗의 자손이신 선생님 제게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마태15,21-28) 처음에 예수께서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으셨다. 그러나 그 여자는 예수님이 무정하신 것을 보고도 낙담하지 않았다.(우리도 낙담하지 말아야 한다. 비록 그런 일이 우리 마음을 상하게 한다 할지라도 그것은 보다 심오한 계획을 드러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예수께서 이 이방인 여자를 무시한 것처럼 생각한다면 그것은 오로지 기적을 요구하기 위해서 갖는 믿음보다도 더 큰 믿음이 그 여자로부터 나오기를 기다리셨기 때문이다. "저 여자가 소리를 지르며 우리를 따라오고 있으니 돌려 보내도록 하시면 좋겠습니다."하고 예수님의 제자들은 재촉했다. 그 때 예수께서는 대답하셨다. "나는 길 잃은 양과 같은 이스라엘 백성을 찾아가라는 사명을 받고 왔습니다."이 말씀이 가나안 여자에게는 얼마나 냉정하게 들렸겠는가! 예수께서는 그 여자가 외치는 소리를 인정하지 않으신 것이 아니라 그런 말씀을 통해서 당신을 따르는 자들, 즉 정확히 말해서 특전을 받은 이스라엘 백성답지 못한 사람들에게 간접적으로 대답하신 것뿐이다. 그러자 그 여자는 예수께 다가와 절하며, "선생님, 저를 도와 주십시오."하고 애원하였다. 그래도 예수께서는 그 여자의 기도를 들어주시지 않았다. 그 여자는 예수께서 원하신 만큼 그렇게 높은 위치에 아직 올라가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여자가 자신을 알고 있는 것이나 혹은 다른 사람들이 그 여자를 알고 있는 것보다도 더 깊이 그 여자를 알고 계시면서도 예수께서는 그 여자와 당신 사이에 보다 친밀한 친교를 계획하셨고 또 예수께서 그 여자를 도와 주신다면 그 여자가 올라갈 수 있는 높은 신앙과 겸손과 신뢰를 알고 계셨다. 그래서 예수께서는 약간의 시간과 인내심을 요구하셨던 것이다. 그래서 그분은 첫 번 말씀보다도 더 통렬하고 잔인한 말씀을 하셨다. "자녀들이 먹는 빵을 강아지에게 던져 주는 것은 옳지 않소." 그 여자는 분명히 자만심과 의심을 벗어났기 때문에 예수님이 하신 말씀의 표면을 초월했고 그 말씀에서 그분의 방대한 대망을 포착했다. 그 말씀은 대답이 아니라 문제며 거절이 아니라 초대라는 것을 그 여자는 알았다. 그 여자는 "선생님, 그렇긴 합니다마는 강아지도 주인의 상에서 떨어지는 부스러기는 주워먹지 않습니까?" 그 여자는 그리스도의 말씀을 이용하면서 아주 상냥하게 말했다. 재치있고 정중하며 겸손하고 신뢰에 넘치는 그 여자는 하느님께 온전히 자신을 공개했다. 그들은 서로 마주보며 미소를 지었다. 이제 예수께서는 그 여자가 원하는 것을 허락하실 수 있으셨다. 선물은 친구들 사이에 해를 끼치지 않는다. 그러나 낯선 사람들 사이의 선물은 그들을 자유롭게 하고 감정을 나타내게 하는 대신에 의무를 부과한다. 그날 이래 그 여자의 보물은 예수께서 그 여자에게 눈길을 보내시고 요청하셨고 또 그여자의 심부로부터 깊은 신앙심이 나오기까지 기다리시던 그 순간을 기억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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