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한 삶을 살게 하소서*
주여
쓸데없이
남의 얘기 하지 않게 하여 주소서
친구의 아픔을
붕대로 싸매어 주지 못할망정
잘 모르면서도 아는 척
남에게까지
옮기지 않게 하여 주소서.
어디론가
훌훌 떠나고 싶어하는 사람,
묵묵히 일을 하면서도
속으론
철 철 피를 흘리는 사람,
떠날 수도
머물 수도 없는 사람,
차마 소리내어 울 수도 없는 사람,
모든 것을 잊고 싶어하는 사람,
사람에겐
그 어느 누구에게도
가슴속 이야기를
털어놓고 싶지 않은 사람,
찢기운 상처에
어디하나 성한 데 없는
가엾은 사람,
우리는
저마다
두 팔 벌려
위로 받고 싶어하는 사람들 아닙니까
말에서 뿜어나오는
독으로
남을 찌르지 않게 하소서
움츠리고 기죽어
행여 남이 알까 두려워
떨고 있는
친구의 아픈 심장에
한번 더
화살을 당기지 않게 하여 주소서.
-가늘고 긴 기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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