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사동성당 게시판

보름달 속의 부모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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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필희 [wsophia] 쪽지 캡슐

2000-09-14 ㅣ No.4934

 

늦었지만 추석 잘들 지내셨는지요???

 

해마다 추석이면 시댁갔다 돌아오며 더 이상 갈 곳이 없음이 서러워

 

차창밖으로 환히 떠 있는 보름달을 바라보며 남몰래 눈물짓곤

 

했었는데 (분위기에 약하여)

 

올 추석에는 보름달을 볼 수 없었기에 그냥 넘어갈 수 있었습니다.

 

 

어릴적 저희 형제는 드라마 제목같은 육남매

 

객지에서 학교를 다녔기에 추석이면 으례히 시골버스를 타고

 

시골집으로 향했지요.

 

풍요로운 가을 풍경을 뒤로하며 몇시간을 달려 시골에 도착하면

 

어느새 어둑어둑 어둠이 밀려왔고 엄하셨지만 자식 사랑에 철저하신

 

아버님은  정류장에 마중나오시는 걸 잊지 않으셨지요.

 

아버님과 함께  집에 도착하면 어머니는 넓은 쟁반에 송편 빚을

 

재료를 담아 마루로 내 오셨습니다.

 

휘영청 밝은 달빛은 뜰안 가득하고, 가을밤은 깊어 가는데

 

언니들과 오빠,남동생 온가족이 둘러 앉아 밤새도록 두런 두런

 

이야기 꽃을 피우며 한껏 솜씨를 발휘하여

 

(예쁘게 빚어야 예쁜 딸 낳는다고하여) 빚어내노라면

 

어머니는 연신 그걸 쪄 내시느라 바쁘시지요.

 

어쩌다 주먹만한 못생긴 송편이 나오면 그건 남동생이 빚은 것으로

 

한바탕 웃음이 터지곤 했지요.

 

송편을 다 빚고 일어설라치면 허리 다리 온 몸이 아팠지만 그때가

 

얼마나 행복하고 즐거웠었는지............

 

그러나 이젠 더이상 부모님이 기다리고 있지 않으시기에

 

해마다 추석때만 되면 진한 그리움으로 다가오곤 한답니다.

 

제가 어렸을적에 어른들은 부모님이 보고싶지 않은 줄 알았답니다.

 

그런데 제가 어른이 되어 보니 보고싶은건 똑 같더라구요.

 

다만 어른이기에 내색을 하지 않을 뿐이지 나이가 들면 들수록

 

더 새록 새록 그리워진답니다.

 

 

사랑하는 게시판 가족 여러분!!!

 

지금 부모님과 함께 할 수 있다는 거 감사히 여기시고

 

부모님 살아 계실제 섬기기란 다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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