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량리성당 장년게시판

많은 기도가 필요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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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희 [jjin] 쪽지 캡슐

2000-07-21 ㅣ No.1635

우울한, 그리고 힘겹게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어제 저녁 일찌감치 잠들었던 울애기

새벽 한시가 가까운 시간에 깨더니 밖에 나가자고 졸라

그 새벽에 아이와 동네를 순회했습니다.

그리고 두시쯤 잠이 들더군요.

다시 깨어난 5시가 되기까지 몇번을 보채며 겨우 3시간 남짓 잠을 잤습니다.

울애기는 요즘 밖에서 살아요.

5시에 깨서는 막 우는데 달래 지지가 않더군요.

그래서 또 밖으로 데리고 나갔습니다.

새벽 공기는 시원했지만 잠이 덜깬 저는 너무도 피곤해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습니다.

길가던 어떤 아주머니(신문을 배달하고 있었던듯)

갑자기 '아줌마' 하고 부르더니 간밤에 아이가 열이 났는데

상비해둔 해열제가 없다며 이근처 사시면 좀 달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울애기 먹던 해열제를 주었습니다.

출근해야 하기 때문에아이를 시댁에 데려다 주려고 갔는데

제게서 안떨어 지려고 하더군요. 슬펐습니다.

억지로 떼어놓고 아침도 굶은채 출근을 했습니다.

다행히 빈 버스를 타서 의자에 앉아 가면서 정신없지 졸았지요.

어제밤에 아버지께서 입원하셨다는 소식에 몹시 속상했는데

주희까지 좋아보이지 않아 정말 우울하고 속상한 하루였습니다.

울애기는 병원에 갔더니 목감기라고 하더군요.(불쌍한 자슥)

하루종일 얼굴한번 펴지 못한채 본관으로 가려고 밖으로 나갔는데

조그마한 화분에 심어져 있는 토란이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못습이 꼭 머리를 살랑사랑 흔드는 것 같았습니다.

보면서 동시에 제 얼굴에 미소가 떠올랐습니다.

고마웠습니다. 우울한 하루를 잠시나마 웃을 수 있게 해준 작은 식물이

너무나 고맙고 예뻤습니다.

자연의 소중함도 느꼈지요.

퇴근길에는 아버지가 계신 병원으로 가려고 합니다.

아침에 회사에서 미사를 드리는데 어찌나 눈물이 나던지.

울아버지, 울애기 빨리 낳도록 기도 많이 해야 겠습니다.

정신없이 넋두리를 늘어놓고 말았군요.

주님의 평화를 빕니다.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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