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덕동성당 게시판

고구마에게 바치는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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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타리나 [JKATARI] 쪽지 캡슐

2000-01-10 ㅣ No.1522

겨울이 시작되면서부터 군고구마가 넘 먹고싶었습니다

반을 쪼개면 김이 모락모락~

고구마가 있어 이 겨울이 춥지 않습니다

그리하여서~

 

 

고구마에게 바치는 노래

 

 

 

고구마여

 

고구마여

 

나는 이제 너를 먹는다

 

너는 여름 내내 땅 속에서 감정의 농도를 조절하며

 

태양의 초대를 점잖게 거절했다

 

두더지들은 너의 우아한 기품에 놀라

 

치아를 하얗게 닦지 않고서는 네 앞에 나타나지 않았다

 

그때도 넌 네 몸의 일부분만 허락했을 뿐

 

하지만 이제는 온 존재로 내앞에 너 자신을 드러냈다

 

 

고구마여

 

나는 두 손으로 너를 감싼다

 

네가 진흙 속에서 숨쉬고 있을때 세상은 따뜻했다

 

난 네가 없으면 겨울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막막하다

 

쌀과 빵만으로 목숨을 연명한다는 것은 생각만으로도 슬픈 일

 

어떻게 네가 그 많은 벌레들의 유혹을 물리치고

 

돌투성이의 흙을 당분으로 바꾸는지 그저 놀랍기만 하다

 

 

고구마여,나는 너처럼 살고 싶다

 

삶에서 너처럼 오직 한 가지 대상만을 찾고 싶다

 

고구마여

 

우리가 외로울 때 먹었던 고구마여

 

우리는 어디서 왔으며 무엇이고 어디로 가는가

 

우리는 결국 무의 세계로 돌아갈 것인가

 

 

그러나 내 앞에는 고구마가 있다

 

생명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 것이라고 넌 말하는 듯하다

 

모습은 바뀌어도 우리 모두는

 

언제까지나 우리 모두의 곁에 있는 것이라고

 

아무것도 죽지 않는다고

 

 

그렇다, 난 모든 길들을 다 따라가 보진 않았다

 

모든 사물에 다 귀 기울이진 않았다

 

그러나 나는 감히 대지의 신에게 말한다

 

세상에서 모든 것이 사라진다 해도

 

고구마여, 너만 내 곁에 있어 준다면

 

희망은 나의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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