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 6 --봄앓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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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은수 [suya21] 쪽지 캡슐

2002-04-14 ㅣ No.2587

고백 6

 

  --봄앓이

 

 

그들이 왔습니다.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게 발맘발맘 다가와

삽시간에 온 산을 휘감아 일렁이고 있습니다.

가까이 가면 데일 것 같은 화기火氣를

차창을 통하여 슬쩍 훔쳐보았을 뿐인데

왜 이토록 홧홧거리며 숨이 차오르는 것일까요.

그들의 강렬한 눈 빛에 나도 모르게 터지던

우와, 하는 탄성이 잘못이었을까요?

시샘으로 눈이 어둔 황사의 불순한 기미를

진작 알아챘어야 하는 건데, 아무래도 그 바람에

불씨 한 점이 내 안에 옮겨 온 듯 합니다.

차츰차츰 열이 오르기 시작합니다.

아니, 그런 기운은 벌써 며칠 전부터 시작된 것입니다.

약간의 열감으로 어지럼증 비슷한 것을 느끼긴 했지만

봄과의 첫만남으로 설레는 바람에 잊어버렸던 것입니다.

그러던 것이 그만 불씨 하나로 신열이 납니다.

아아,

그렇습니다.

지금 그들의 포옹에 뒤덮여 있는 저 산들도

사실은 봄앓이로 신열에 들떠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가까이 가면 얼굴이 화끈하니

달아올랐던 모양입니다.

난들 어쩌겠습니까.

기꺼이 봄앓이를 자청하겠습니다.

온 산에 그들, 진달래 그득하고

내 안에 불꽃이 일고 있지만

곧 진정이 되리라 믿고 있습니다.

산이 그들의 불길에 꿈쩍도 않듯이

나도 씩씩하게 이 봄을 걸어갈 것이니까요.

 

suy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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