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 167 cm 예요."

인쇄

조효순 [eq99] 쪽지 캡슐

2002-10-27 ㅣ No.2762

"엄마 아빠 어디가는거야?"

 소담이 짧은 혀로 바쁘게 외출 준비를 하는 우리를 보고, 본인 마음도 바쁜지 졸졸 따라 다니며 묻는다.

 "지금부터 담아 잘 들어. 엄마 아빠는  콘서트를 가야해. 그런데 거긴 아기들은 오면 안 되는 곳이거든? 그래서 담이는  동생을 돌보며 집을 보고 있어야 한단다. 그럴 수 있겠니?  대신 담아 네 친구인 나래를 오라고 했으니 같이 놀고 있으면 된단다" 그 말에 담은 그러겠노라고 대답했고 우리는 친구 부부와 함께 김광석이  출연하는 라이브 콘서트에 갔었다.

 

 그 때가 소담이가 4살 때의 일이다.

 

******

 

콘서트 홀..

"자 지금부터 제 신곡을 발표하겠습니다. 그러면서 그 신곡을 청중들에게 몇 번 가르쳐주더니  하는 말..

 

"이 노래를 나와서 부르는 사람은 상품으로 자동차 '티코'를 드리겠습니다."  

그러나 나오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티코에 눈이 먼 것은 아니지만 난 또 끼가 발동해서  "저 결혼한 사람은 안되나요?" 난 그 다음에 일어날 일도 알지 못한 채 무심코 그 말을 한 것 뿐이었다.그러나  무심코 던진 그 말에 책임을 져야할 상황까지 갔다.  사회자는 나오라며 괜찮다며 끝까지 나를 나오게 만들었다.  

 아!  수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한꺼번에 받은 난, 정신을 잃어버릴 정도가 되었다.  라이트는 무대에 있는 나만 집중적으로 비추었고. 캄캄한 곳에 수백명의 사람들의 눈동자들이 나를 주시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사회자는 질문을 하기 전에 나에게 "000동에서 온 00엄마라는 말을 제발 하지 말아달라"고 요구를 하며 질문을 했다.  쉽게 말하면 자기 소개를 아줌마 식으로 하지 말라는 거였다.  

 

"알았어요.  예, 저는 상계동에서 온 소담 엄마 구요..그리고... 여기에 온 동기는..."하자

 

 동시에 청중들이 웃고 난리가 아니었다. 하지 말라는 말을 바로 하고 말았으니 그럴 수밖에...전형적인 아줌마의 모습을 보여준 난, 웃음  세례를 받아도 할말이 없었다.

그래도 나왔으니 노래를 해야지 속으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사회자는 여러 가지 질문을  해 내 정신을 흐려놓더니 "자 음악이 나갑니다. 준비하세요."  

그러더니 아! 잠깐... 키는 얼마......

 

 "예 167cm예요."

 

으악!  갑자기 청중들이 난리가 났다.  난 왜 그런지 그 때까지도 몰랐다.  사회자도 웃느냐고 진행을 시킬 수가 없었다.  알고 보니 연주해야 할 악기를 어떤 키로 맞혀 줄까요 하는 질문이었는데 내 키사이즈를 말해버렸으니....

 

"내가 그건지 어떡해 알아...  치..."

 

홍당무가 된 나지만 대한민국의 아줌마의 기질이 있지.. 물러날 수 없었다.

 다시 마음을 가다듬고 노래를 했다. 1절만 부르려다가 일부러 2, 그리고 3절까지 불렀더니 속이 다 후련했다. 일종의 복수전이었다.

사회자는 할말을 잊은 채 서 있었고 난 위풍당당한 모습으로 천연스럽게 웃고 있었다.  

 

'티코'를 상품으로 받았냐구요?

 

 에이....  믿지도 않았어요. 전 그때당시 '엑셀'이 있었거든요 상품으로 신곡 테잎을 선물 받았지요.  헤헤....

 

오늘 부는 바람을 보니 희미해진 옛 추억을 더듬고 싶어서 이렇게 올려봅니다.  아! 며칠 후면 우리 소담이가 수능을 봐요.  기도해주세요. 요즘 많이 불안해하거든요? 4살짜리 소담이 이렇게 성장해서 대학을 간다고 하네요....  

소담이 이제 몇년 후면 시집간다고 또 한바탕 난리를 치겠지요? 쟈네튼 그 만큼 성숙한 여인이 되어 있겠지요?  후후...   janettte-

 



50 0

추천 반대(0)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