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 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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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철 [haeminn] 쪽지 캡슐

2003-01-04 ㅣ No.2834

제가 참회하면서 고백하나 하겠습니다.

 

어제 눈보라가 매섭게 치고 길이 꽁꽁얼어 붙은 퇴근무렵이었습니다.

 

낮에 명동성당에서 미사를 보고 사무실로 돌아 오면서 길이 너무 미끄럽고

얼어 있어서 가까운 형님들 몇분에게 메일을 보냈습니다.

 

"주위에 혹시 나이드신 할아버지,할머니가 길거리에서 힘들어 하시면

 바로 작은 사랑을 실천하자고...이분들의 손발이 되어 드리자고.."

 

저도 무심히 전철을 타고 집앞 마들역에 도착하여 총총걸음으로  추위에 온몸을

옷속에 집어 넣고 간신히 목만 빼어 걸어 가고있었습니다.

 

아파트 입구좁은 길목에서 잘은 보이지 않았지만 어르신 한분이 무거운 짐가방

한개와 BOX를 들고 힘겹게 저의 앞을 걸어 가고 있었습니다.

곧 미끄러질것 같은 모습으로...

 

저는 그 할아버지를 도와 드릴 생각은 않고 그져 앞에 느리게 걸어가시는

그 분이 못마땅하여(추운데 빨리 못지나가니...)바짝 붙어서 걸어가는데.

 

할아버지께서 미안하셨던지...

갑자기 돌아 보시고는 저에게 길을 열어 주시며 먼저 지나가라고 하셨습니다.

그래도 무심히 횡하니 지나쳐 아파트 입구에서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있는데

그때 이 할아버지도 입구에 오시어 같이 엘리베이터를 타게 되었습니다.

 

저는 13층,....근데 할아버지는 눈이 좋지 않으신지 아파트 층수 번호도

제대로 찾지를 못하셨습니다.겨우 15층을 찾고서 한숨을...

 

"저 몸으로 저렇게 무거운 짐을드시고 이 눈길을..."

 

저는 이순간 뭣에 한방 얻어맞은 느낌이 확들었습니다.

도저히 이 할아버지 앞에서 머리를 들수가 없었습니다.

13층으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가 왜 그리 멀게 느껴지고 그 좁은 공간에서

숨도 제대로 못쉴정도로 죄책감에...

 

겨우 집에 들어와서..

 

부끄러워서 아이들 얼굴도 제대로 쳐다볼수가 없었습니다.

 

이런 나의 이기적인 맘으로.. 이웃들에게 사랑을 어쩌고 저쩌고..

아이들에게 효도가 어떻고...하느님께  기도하면서 나눔의 사랑이 어떻고...

복음을 전하면서 이 말씀에 충실하게 해달라고..

모두가 다 거짓이었습니다.

 

한참을 참회기도를 하고 ..

 

아이들 곁에 누웠습니다 근데 아무리 아빠라고 하지만 제가 잘못한것을

아이들에게도 꼭 얘기를 해주고 싶었습니다. 이런 잘못된 아빠의 모습을

닮지 마라고 ..

솔직히 이 일을 얘기를 하는동안 눈물이 볼을 타고흘렀습니다.

하지만 불을 끈 상태라.

아이들이 이 아빠의 눈물을 보지는 못했을것으로 믿고싶습니다.

 

꿈에서라도 그 할아버지를 다시 만나고 싶습니다.

 

제가......

 

기브리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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