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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주기도9단]그대를 잊기위한 10가지 방법...(퍼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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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나경 [okoo] 쪽지 캡슐

2000-06-30 ㅣ No.1204

(오늘은 비가 오니 우울한 Blue Color로...)

 

그대를 잊기위한 10가지 방법     
                      

 휴대폰을 꺼 놓기로 했습니다.       

 폰이 울릴적 마다 그럴리 없음에도 불구하고

 혹여 그대일지 모른다는 기대감으로       

 가슴설레여하는 내 모습이 싫습니다.

 어딜 가든지, 그대가 전화를 할 지도 모른다는      

 어리석은 기대로 늘 조마조마해하며

 사소한 기계따위에 얽매어버리는게 끔직합니다.             

 

 잊었던 취미를 되찾았습니다.

 팬시점에서 이것저것 사들이는 돈꽤나 깨지는 취미생활이지만

 새로산 다이어리와 공책과 필통과

 그외 잡다한 물건들을 정리하면서      

 즐거움을 느끼고 있습니다       

 뭐라도 하고 있다는 느낌이 새롭습니다.       

                                                

 많은 친구들을 만나고 있습니다       

 한동안 소홀함으로 멀어졌던 동창들에게

 모조리 연락을 하며 그 간 내 무관심에 대해       

 손이 발이 되도록 빌고 또 빌었습니다.

 만나서 수다를 떨고 장난을 치는 동안에       

 내 곁에는 소중한 사람이 많았다는걸       

 새삼느끼고 다행스러워 합니다.

                                                      

 술을 줄였습니다.       

 여자가 무슨 술을 그렇게 마시냐는 핀잔에도       

 꿈적도 안하던 내가

 술을 마시지 말아야 겠다는 강한 결심을 했습니다.      

 술만 마시면 정신이 내 멋대로 풀려버려

 허락도 받지않고 마음대로 그댈 그리워하고       

 주책맞은 눈물이 흘러버리는 까닭에

 더 이상의 술은 입에 대지 않기로 했습니다.            

 

 공부를 해야 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20년만에 처음으로 기특한 생각 한번 한것 같습니다.      

 뭐라도 해야한다면, 그래야 그대를

 조금이라도 지우고 살 수 있다면       

 그게 공부라도 괜찮을 듯 싶습니다.      

                                               

 잠들기 전 만화책 한권씩을 읽고 잡니다.       

 꿈속에조차 날 아프게 하는 얼굴이 있어

 밤새 베겟잇을 적시는 일이 없도록       

 잠들기 직전 읽은 만화책의 주인공을       

 그 얼굴 대신 만날 수 있도록

 그러나 가끔, 그만화속의 주인공이       

 내가 가장 그리워하는 얼굴이 되어 있는       

 황당한 꿈을 꾸기도 합니다.

 

 최대한 바쁘게 살아볼려고 합니다.       

 새벽부터 수영장을 가고       

 빡빡한 업무에 따라 뛰어다니다가

 한번 끄적이다 포기한 적이 있는       

 홈페이지라는 것도 말들어 볼 계획이고       

 자격증 시험준비도 해 볼까 합니다.

 되든 안되든. 결과에 상관이 없습니다.       

 다만, 날 정신차릴 수 없도록 다른 생각들 겨를도 없이

 바쁘기만 하면 되는 겁니다.             

 

 전화기에 대한 유혹을 뿌리칠 것입니다.       

 9시간6분이 공짜라고,

 본전 뽑기 위해서라며 심심할때마다 누르던 번호를       

 메모리 번지에서도, 내 기억에서도 지울겁니다.

 다 지워 버릴겁니다.       

 유난히 숫자에 약한 나,       

 어쩌면 생각보다 빨리 잊어버릴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댈 만난 이후부터 적어오던 일기가 들어있는       

 디스켓 한장을 포맷시켰습니다.       

 우리의 이야기와 추억들,

 그리고 내 미련한 머리까지 포맷시켜버릴수야 없지만       

 우연히 그대를 사랑한 날의 일기를 들여다 보다

 그때의 기분이 또다시 되 살아나       

 줄이기로 마음 먹었던 술잔을 또 꺼내 들지도 모르고

 그렇게 또 다시 그대가 그리워져       

 그대의 전화번호를 누르게 될 지도 모를 일입니다.

 우리의 추억까지, 이젠 지워야 합니다.            

 

 깡그리 지워버려야지요       

 내 인연의 사람이 아닌걸

 그리워 한다고 해서 돌아올 사람도 아닌걸       

 내 미련이 모두를 힘겹게 만드는데       

 이젠 잊어버려야지요

 새로 시작해야지요       

 난 행복해 질겁니다.       

 꼭 그럴겁니다.             

 

 오늘까지만 미친 듯이 그리워하고

 오늘까지만 생각할 겁니다.       

 오늘까지만 울겠습니다.       

 죽일겁니다.       

 내안의 그대, 죽이고 말겁니다.

 

 이제는 나를 위해 살아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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