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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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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용준 [yjyoo] 쪽지 캡슐

2005-01-08 ㅣ No.3406

죄송합니다.

게시판을 전세 낸 것처럼 도배를 해대서....

 

저희 가족이 며칠전 겪었던 에피소드 하나 올립니다.

이곳의 모든 집들은 벽난로가 하나 이상씩은 있습니다.

날씨가 추워지는 요즘 많은 사람들이 벽난로를 지펴놓고 커피한잔 곁들여 따스함과 운치를 즐깁니다.

며칠전 저희 집에 손님이 다녀가셨는데, 그 때 자매님이 저희 벽난로를 보면서 저기에 불을 지펴놓고 고구마를 구워먹으면 맛있더라는 이야기를 하고 갔습니다.

세라피아가 무슨 까닭인지 생전 먼저 뭘 하자고 하질 않았는데, 그 날 따라 벽난로를 피우게 장작를 사가지고 들어가자고 하더군요. 그것도 몇 번씩이나...

결국 마트에서 파는 장작 대용품(나무가루를 기름을 약간 섞어 압축해서 잘 타도록 만든 것)을 사다가 한껏 분위기 잡는다고 세라피아는 커피를, 저는 장작에 불을 붙였죠.

그리고 한 30분쯤 지났나...?

갑자기 2층에 있는 화재 경보기가 요란하게 울어대는 것이었습니다.

저희는 놀라 모두 뛰어 나오고 저는 전기실 판넬을 열어 경보기 전원을 차단 시키느라 한바탕 법석을 떨었습니다.

혹시나 911에서 달려오지나 않을까..은근히 걱정하면서...

그리고 나서 보니 집안이 온통 연기로 자욱하게 덮여 있었는데, 천정이 높고 흰색인데다, 2층 계단을 통해 연기가 모두 위로 올라가는 바람에 느긋하게 아랫층에 앉아 있던 저흰 전혀 몰랐던 겁니다.

물론 냄새가 조금 나긴 했지만 이게 나무타는 냄새려니 했죠.

그런데 일은 거기서 끝나질 않았습니다.

문을 있는대로 열어놓고 환기를 시키려 보니 장작은 아직 1시간은 더 타야하는데, 그때까지 문을 열어 놓을 수도 없고 해서 물을 부어 불을 끄기 시작했죠. 나름대로 재가 날릴까봐 분무기를 동원해서 조심스럽게 불을 껐는데...그건 착오였습니다.

아무리 조심스럽게 해도 분무기 물로 장작 불을 끈다는 발상 자체가 웃기는 일이었죠.

결국 물을 확 끼얹어 진화를 하는데 성공했습니다.

문도 어느정도 열어 놓으니 연기도 모두 빠진 것 같았구요...

결국 얼른 대청소하고 문을 닫으려 했는데..이게 또 착각이었습니다.

진공청소기로 여기저기 구석구석 잘 챙긴다고 했는데...아뿔사,

불을 끄며 날린 기름 섞인 재가 사방천지에 덮혀 있는게 아닙니까.

이건 닦아도 지워지질 않고, 붙어서 퍼지기만 하는 겁니다.

결국 저희 세 식구는 서로 얼굴만 멀뚱거리며 바라보다 이것도 경험이다 라고 서로 달래면서 인내심을 가지고 청소를 했더랬습니다.

그리고 내일 날이 밝는대로 남아 있는 저 연료를  반품시키자고 결의를 했었죠.

다음 날 전의 그 자매님이 오셨습니다.

점심 후 앉아서 어제 있었던 이야길 했더니, 형제님 한 분이 벽난로 앞에 엎드려서 안쪽 위를 쳐다보시면서..

저기 있는 문을 닫아놓고 장작을 지폈으니..........헉 !!!

당장 굴뚝 문을 열어 놓고 시도해 보니 불도 활활~~~ 연기는 모두 굴뚝으로.....

 

이게 문화의 차이였던 모양입니다.

한국에선 사용해 보질 않았던 벽난로였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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