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어가는 가을밤엔 부르고 싶은 이름으로 내 영혼의 심지에 불을 밝히고 싶습니다.
모질게도 맵고 추운 오동지 섣달에도 부르고 싶은 이름으로 언 손을 녹이고 시린 무릎을 뎁히고 두눈 가득히 더운 눈물을 채우고 싶습니다.
면사포처럼, 정결한 면사포처럼 하얀 눈이 내리는 거리에 나서면 목젖에 걸리는 부르고 싶은 이름 하나 그 이름 하나 안고 마냥 걷고 싶습니다.
새봄이 오는 아지랑이 고갯길로 부르고 싶은 이름 마음껏 외쳐 부르며 달려가고 달려가다 꼬꾸라지고 싶습니다.
꽃 피는 봄볕에서도 꽃 지는 봄비 속에서도 친구여. 학교적 단짝이여. 아직도 사랑하는 소중한 연인이여 부르고 싶은 이름으로 수화기를 들고 싶습니다.
나 또한 사모치는 사모치는 간절한 이름으로 그대가슴에 뜬 한 개의 별이고 싶습니다.
초 여름 신록처럼 풋풋하고 신선하게 여름날 태양열처럼 못 다스릴 정열로 부르고 싶은 이름이여 나 그대에게 오래오래 기억되기 바랍니다.
기러기 울고 간 빈 하늘에서 가을 비 뿌릴 때 들갈대 희디흰 손 흔드는 이별의 저녁답게 빨간 낙엽 한 장. 샛노란 은행잎에서 불현듯 못 견디게 부르고 싶은 이름으로 나 영원히 살아있고 싶습니다.
사노라 고달픈 그 어느 때에라도 문득문득 부르고 싶은 이름으로 남 몰래 꺼내보는 소중한 보물 같은 간절코 안타까운 그리운 이름 하나 간직하기 바랍니다.
글/유안진님의 수필집 ''부르고 싶은 이름으로" 중에서..
사진/인사동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