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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르고 싶은 이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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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연 [aldus119] 쪽지 캡슐

2005-08-12 ㅣ No.6702

 

부르고 싶은 이름으로

깊어가는 가을밤엔
부르고 싶은 이름으로
내 영혼의 심지에
불을 밝히고 싶습니다.

모질게도 맵고 추운
오동지 섣달에도
부르고 싶은 이름으로
언 손을 녹이고 시린 무릎을 뎁히고
두눈 가득히 더운 눈물을 채우고 싶습니다.

면사포처럼,  정결한 면사포처럼
하얀 눈이 내리는 거리에 나서면
목젖에 걸리는 부르고 싶은 이름 하나
그 이름 하나 안고
마냥 걷고 싶습니다.

새봄이 오는 아지랑이 고갯길로
부르고 싶은 이름
마음껏 외쳐 부르며
달려가고 달려가다 꼬꾸라지고 싶습니다.

꽃 피는 봄볕에서도
꽃 지는 봄비 속에서도
친구여. 학교적 단짝이여.
아직도 사랑하는 소중한 연인이여
부르고 싶은 이름으로 수화기를 들고 싶습니다.

나 또한 사모치는 사모치는
간절한 이름으로 그대가슴에 뜬 한 개의 별이고 싶습니다.

초 여름 신록처럼 풋풋하고 신선하게
여름날 태양열처럼 못 다스릴 정열로
부르고 싶은 이름이여
나 그대에게 오래오래 기억되기 바랍니다.

기러기 울고 간 빈 하늘에서 가을 비 뿌릴 때
들갈대 희디흰 손 흔드는 이별의 저녁답게
빨간 낙엽 한 장. 샛노란 은행잎에서
불현듯 못 견디게 부르고 싶은 이름으로
나 영원히 살아있고 싶습니다.

사노라 고달픈 그 어느 때에라도
문득문득 부르고 싶은 이름으로
남 몰래 꺼내보는 소중한 보물 같은
간절코   안타까운 그리운 이름 하나
간직하기 바랍니다.

글/유안진님의  수필집  ''부르고  싶은  이름으로" 중에서.. 

사진/인사동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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