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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국 [skpaul] 쪽지 캡슐

2002-10-20 ㅣ No.135

 

비가 오면

 

창 넓은 찻집에 마주 앉아

 

함께 커피를 마시고 싶은 편안한 사람

 

집앞 공중전화라기에 나가 봤더니

 

장미꽃을 한아름 두고 간 낭만적인 사람

 

 

멀리 있어도

 

비누 향기 나풀거리는 향긋한 사람

 

감기걸려 기침하면

 

깜짝 놀라서

 

담뱃불부터 꺼주는 따뜻한 사람

 

 

코트깃을 세워도 어색하지 않을

 

왠지 끌리는 사람

 

아파서 아무것도 못 먹은걸 알고

 

자기도 하루종일 굶었다는 바보 같은 사람

 

 

아이들을 좋아하고

 

아이들도 따르는 온화한 사람

 

'No'라는 대답을

 

'Yes'처럼 들리게 만드는

 

미워할 수 없는 사람

 

길을 묻고 싶어지는 친절한 사람

 

 

나 없으면

 

하루도 못 살 것 같은

 

챙겨주고 싶은 사람

 

같은 하늘 아래

 

내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할 수 있는 욕심없는 사람

 

약속 지키는 걸 당연하게 여기는

 

요즘 보기 드문 사람

 

 

세상 모든 것을 다 잃는다 해도

 

나만은 지켜줄 것 같은 믿음직한 사람

 

눈빛이 맑아 그 앞에서 만은

 

거짓말을 할 수 없게 하는 거울 같은 사람

 

…………

 

혹시, 모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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