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기동성당 게시판

내가 생각하는 청년회-태영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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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한상 [modif] 쪽지 캡슐

1999-06-24 ㅣ No.757

  제기동 교우 여러분! 안녕하세요.. 제가 이번에는 하루 건너서 글을 올립니다.. 좀 바빴거든요.. 지금도 밀린 리포트를 못썼습니다.. 오늘 다 쓰고 제출한 다음에 고향집에 내려가려 합니다..^^ 아마 내려가면 한 열흘 있을 건데요.. 혹 인터넷이 안되면 열흘간 제 글이 안올라오겠지요..

  방금 태영이의 글을 읽었습니다.. 성가대도 하고 레지오도 하고, 청년회일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으음..역시 명도회가 키운 훌륭한 인재답습니다.. 옛날 생각이 나는군요.. 제가 성서연수를 다녀와서, 하느님을 느끼고 나서 부득이하게 군대(사실은 공익요원)을 가야했죠.. 전 하느님에 대한 나의 의무라고 생각하고, 성가대, 레지오, 성서모임을 하고 공부방 교사와 청년회장일을 했었지요.. 태영이의 지금 기쁜 삶의 모습이 눈 앞에 보이는 것 같아서 기쁩니다..

  사실 성당 생활하는 것은 힘든 일입니다.. 태영이가 지적한 대로 사람들의 참여도 부족하고, 청년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찾기도 힘듭니다.. 하지만 사랑하는 명도회원인 태영이가 간절히 방향성을 원하고 있습니다.. 제가 아는 만큼의 글을 적고자 합니다.. 덧붙이자면 청년회장인 동철형의 식견에 감탄하는데, 형의 의견을 들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다음은 태영에게 말하는 식으로 쓰겠습니다.. 참 신부님과 수녀님, 성당 선후배님들의 말씀도 있으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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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영아! 네 고민을 듣고 기뻣다.. 하느님께서도 널 보고 흐믓해 하실 것 같아서 넘 기쁘구나.. 네가 궁금해 한 것들에 대한 내 생각을 적을게.. 이것은 내가 청년회장으로서 청년회에 대해 고민할 때의 경험과 지금 명도회장으로서 고민할 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쓰는 것이다. 참고만 해라..

  청년회가 해야 할 일은 많다.. 그 중 가장 중요한 일이 하느님을 알고 믿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는 성서공부를 통해 이루어진다.. 성서를 통해 하느님을 알아가고 믿음을 굳혀나가는 것이다.. 난 광주에서 성서모임을 제일 먼저 만들었는데, 이 모임을 통해 성장한 사람들은 어떤 풍파에도 신앙을 잘 떠나지 않고 버팀목이 되더라.. 조금 추상적이라서 구체화하면, 신앙공동체를 먼저 이루고 그 안에서 먼저 하느님을 알고 믿음을 키우는 청년이 될 수 있게 만드는 것이다.. 이게 내가 생각하는 청년회의 제일 방향이다..

  먼저 신앙으로 모인 공동체가 되고, 그 안에서 끊임없이 신앙을 키워나가며, 그 신앙에서 우러나와 활동을 하고 그것으로 청년신앙을 완성하는 것이다.. 레지오에서 봉사를 하고 성가대에서 전례를 위한 성가봉사를 하는 것이 이런 일의 일환이다.. 교리교사는 미래 교회의 주역인 아이들을 잘 키우는 봉사다.. 각 활동단체의 역할이 다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아무래도 내가 성서모임쪽에 애착을 갖기에 성서와 믿음을 강조했다.. 반대로 이는 활동이 먼저이고, 성서가 다음이어도 상관이 없다.. 분명한 것은 앎과 행함이 함께 실행되어야만 한다는 것 뿐이다.. 이런 청년회가 이루어지면 그것이 청년신앙공동체이고, 이를 통해 청년들은 참 신앙인으로 깨어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들은 한국 천주교회를 지탱하는 기둥이 되겠지..그것이 내가 청년회 활동을 하면서 갖고 있는 이상이다..

  내가 말은 이렇게 한다만, 앞에서 젂은 청년회의 방향성은 굉장히 어려운 문제이다.. 인간적인 면도 관련되어있고, 세상적인 복잡한 문제도 관련되어 꼬인다.. 네가 헤쳐나가는 것이 가시밭길 같을 것이다.. 하지만 네가 하느님을 바라보고 그분을 떠나지 않으면, 넌 하느님을 평생 네 삶의 중심으로 모시는 기쁨을 얻게 될 거다..

  난 꿈을 꾼다.. 내가 있는 제기동 성당에서 하느님의 뜻이 이루어지는 성서모임을 만들기를.. 난 사교적이지도 못하고 리더쉽이 있거나, 업무능력이 있지도 못하다.. 하지만 내가 하느님 뜻을 잊지 않고 끊임없이 맞추어가려 매일 매주 반성할 것만은 장담할 수 있다.. 그러면 내 부족한 능력도 그 분의 권능으로 채워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난 믿는다..

  성서모임을 통해, 우선 명도회 사람들이 하느님을 알고 믿으며 봉사하기를... 그리고 많은 성서그룹원들이 또한 그러하기를... 그 힘을 바탕으로 그 사람들이 성가대 레지오, 교리 교사 등의 활동을 하기를.. 꿈꾼다.. 이런 일이 이루어진다면, 나의 1년을 성당일에 봉헌하는 것은 아깝지 않다.. 나도 인생의 장대한 계획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것이 하느님 힘을 통해 이루어지는 것임을 안다.. 내 삶의 전체가 그분의 힘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을.... 난 이곳 제기동에서, 명도회에서 힘껏 지치지 않고 활동을 하겠다.. 태영아! 너도 힘내렴! 제주도에서 네가 복음과 말씀과 믿음과 봉사의 씨앗이 되길 바란다.. 기도하고 싶다.. 네가 하느님 보시기에 참 좋게 살게 해달라고 도와달라고.. 너도 나도 부족한 사람이다.. 난 잘안다.. 다른 사람들이 우리의 노력을 비웃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능력이 있는 사람만이 하느님 일을 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자신을 내어놓는 사람이, 하느님 일을 하는 것이라고 믿는다.. 물론 능력이 있으면 더 잘할 수 있겠지.. 너의 눈부신 성장을 기대한다..

  끝으로 청년회의 의의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난 신앙은 평생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잠깐 젊었을 때의 열정으로 청년회 활동을 하고 30대 40대에는 쉬는 그런 신앙이기를 원치 않는다.. 난 지금 내 평생 신앙인으로 살아갈 준비를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어떤 어려움에 처해도 하느님을 떠나지 않을 준비.. 그 분을 신뢰하면 함께 살아갈 준비.. 그것을 지금 갖추어나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성당일을 하면서 희열을 느끼고 즐겁고 하느님과 가까워짐에 감사하고.. 이런 느낌, 평생가도 못 잊을 것이다.. 난 명도회 사람들에게 같은 느낌을 주고 싶다.. 성서 그룹원들에게도.. 내가 넘어야할 산이 많고 길이 멀다.. 많은 사람들과 함께 그들의 도움을 받으며 가야겠지.. 태영아! 너와 나는 동지이다.. 하느님일을 하는 교우이자 동지이지! 자! 화이팅.. 널 믿는다..

  사람들이 하느님을 느끼고 믿음을 키우며, 활동하고 봉사하는 것.. 이것이 내가 생각하는 청년회의 방향이다.. 이렇게 되면 사람들은 청년회활동을 하면서 신앙적 충족감을 느낄 수 있고, 그들이 나이먹어가면서 그들이 계속 신앙인으로 살며, 신앙활동을 하는 바탕이 되겠지.. 그리고 그 신앙활동은 사람사는 세상을 더 살 맛나게 만들리라 생각한다.(레지오의 봉사, 청년회의 봉사 등등을 생각해보렴.. 그리고 활동은 뜻만 모으면 무궁무진하게 할 수있다..)

  이상이다.. 다음에 또 글을 쓰면 답장 줄게.. 태영아! 잘 지내렴.. 힘들면 연락하고, 언제라도 명도회 사람들은 너의 지지자이고 응원자란다.. 적어도 나 하나만이라도 말이다.. 넌 나의 사랑스러운 동생이자 동지이다.. 행복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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